고개를 드는, 딱 그만큼 여유만 있으면 된다
그래. 세상 참 편할 수도 있어.
꼭 그럴 필요 없잖아..
산 위 가장 높은 곳, 그 산을 닮아가고 싶어.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그 깊음.
숨소리가 거칠어 지는 만큼,
더 가까워지는 물소리,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 바람소리..
그렇게 더 깊게, 더 높이 오르려 하다..
무릎이 쑤신다..
그래 꼭 그래야만 할 것도 아니잖아.
몇 달 전 사진을 꺼내, 그날 참 좋은 하늘을 기억해 본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지만, 기름에 지진 호떡이 먹고 싶다. 호떡 안에 뜨겁게 흐르는 '근본을 알 수 없는, 꿀이라 불리는' 그 달콤함이 땡긴다. 교차로 사이로 전달되는 등산객들의 만족함에 이유 없이 동조하며, 입천장이 훌러덩 까질 것 같지만 욕심껏 한 입 먹고 싶다.
목 늘어진 검은색 티셔츠에 바닥이 맨들 맨들 한 슬리퍼를 끌고, 산 입구까지만! 딱 거기까지 간다.
전화기 그 작은 화면을 따라 숙여진 거북목.
아쉬운 듯 멈춰진 시간을 응시한다.
깊은 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그곳에 다시 가야 하는데...
휴~
한심 하다는 듯, 게으른 몸뚱이를 탓하면서 올려본다.
그래! 딱 그 정도 시간이면, 그 정도 여유면 충분하다.
건널목 그 사이에 뻐근한 목을 들어 하늘 한번 올려 다 보면 그만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한번.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사이로 빛나고 있었고, 희망처럼 떠 있는 옅은 무지개.
흔들리는 차 안, 다시 또 흔들리는 마음.
휴대폰 작은 화면을 쳐다본다.
결코 작지 않은 하늘을 내려 본다.
덜컹거림이 끝나고 어느새 도착한, 하루를 시작하는 빌딩 앞에 선다
잠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