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대한 짧은 생각 1/3(1997)
신약개발
고통받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소식
새로 개발된 이약은 앞으로 많은 환자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입니다
몸이 그다지 좋지 않으신 아버지가 이 뉴스를 보고 계실 때는 별 반응이 없으셨다. 하지만 주의 깊게 바라보는 모습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 충분히 가늠하게 해주었다. 한참을 기적 같은 약의 효능을 선전한다. 그리고 참고처럼…
실제로 이 신약은 환자들에게 쓰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이 약에 대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환자의 비율도 몇만 분의 일…
이라고 전한다.
왜곡되지 않는 사실 전달을 위한 기사이기에 흥미를 유발한 후에 실제 케이스 적용에 대한 불친절한 사실도 고지한다.
병 때문에 많이 약해지신 아버지.
참지 못하고 일어나셨다. 그리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나에겐 형이 하나 있었다. 죽었다. 백혈병. 이미 죽어버린 자식이라 땅속에 묻고, 가슴속에 묻어서 굳이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본인은 다시 겪지 않을 고통인데도, 새삼스럽게 다시 들추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자식을, 아버지를, 형제를 묻어야 할 사람들이 남아있다. 그게 분노의 이유이다. 잠시나마 많은 사람들은 희열에 가까운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허탈하게 밀려드는 절망도 느꼈을 것이다.
다시 한번 희망의 출신성분을 의심해 보게 되는 부분이다. 몇만 분의 일의 확률에 다시금 기대를 걸고 고통을 참고 또 참고 견딜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중 과연 몇만 분의 일의 수혜를 입을 사람은 몇일까? 나에겐 오히려 잔인하게만 보이는 이 희망이란 것이 과연 선물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