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서 느끼게 되는 것들 중
인생은 슬픔이다
어는날 밤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부모님의 이야기 소리에 설핏 잠을 깨었다.
외할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낡은 종이. 그리고 그 위에 쓰인,
"인생은 슬픔이다"
눈에 익은 글씨를 따라 오가던 이야기는 기억에 없지만 그 날의 그 문장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端居 / 李商隱 (단거 / 이상은)
遠書歸夢兩悠悠 (원서귀몽량유유)
只有空牀敵素秋 (지유공상적소추)
階下靑苔與紅樹 (계하청태여홍수)
雨中寥落月中愁 (우중료락월중수)
일상 / 이상은
먼 곳에서 온 편지, 돌아가는 꿈, 둘 다 아득한데
빈 침상만이 가을을 대하고 있네
섬돌 아래 푸른 이끼와 붉어진 나무
빗 속에 쓸쓸하게, 달 빛 속에 수심하며
처음 외가를 찾았던 품속의 아기인 나에게, 나들이 나왔다며 '외출'이라 이름 붙이셨던 외할아버지. 사랑만 가득 주셨던 그 미소만 살그머니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 기다림이 만들어 내는 쓸쓸함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 순간에 다다르면 독백 하듯이 인생은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가슴 깊은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쓸쓸함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임을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야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만큼 더 감사하다.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