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불편해질 때
길을 걷다 보면, 노란색 점자 블록이 눈에 들어온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점자 블록 위로만 걷고 있느라 중심을 잡으려 팔을 올리고 버둥거리곤 한다.
잠깐의 깊은 고민 후 오늘도 어제 갔던 음식점에 들어간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젓가락 짝을 맞추려 길쭉길쭉한 젓가락들을 훑어보곤 한다.
5분 일찍 맡춰둔 벽시계를 바라본다.
"5분 더 자도 돼"
이럴 거면 5분은 왜 일찍 맡춰둔 거야?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왠지 부지런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입가심을 위해 음료수를 고르고, 주섬주섬 지갑을 찾는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지갑을 찾느라 나에게 부비부비를 한다.
아~ 느낀다.
부끄러움을....
어찌어찌 긁어모은 지폐들의 머리를 맞춘다.
고기를 구울 땐 아무렴 어떻겠냐만, 자를 때는 원형에 가깝게 잘라 나란히 줄을 세운다.
보지 않는 책이라도 종류별로 책장을 메운다.
아이들이 던져놓은 비즈들... 비즈들은 쪼금 못 본척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뒤 타임의 아르바이트생이 어느 날 던진 말..
꼭 그래야 해요?
뭘?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쳐다보았다.
냉장고 뒤편 종류별, 색깔별, 가지런히 줄을 지어 있는 음료수들이 보였다.
나에게 편한 것이 꼭 상대에게 편한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익숙함이, 어떤이에게는 지독한 불편함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꼭 그런 게 아니라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다르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자문해 본다.
지하철 안에서는 백팩을 앞으로 메는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