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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Nov 25. 2017

선물

쉽게 주고받을 수 없는 것

북적북적한 아이들 틈에서 나에게 "할당"된 아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웃어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에 쓴웃음이 되었다.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나왔다. 두 팔에 안긴 아이는 조잘조잘 이야기도 많다. 마땅한 이동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 버스 안에서도 두 팔에 안긴 아이는 , 옆자리에 나란히 안긴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오래간만인지 바깥나들이에 한창 신이 난 모양이다.


"아빠. 더 높이 올려주세요"


'아빠'라는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이의 몸을 조금 더 일으켰다.

창밖으로 보이는 '올 때 보았던 풍경'은 특별히 다르지 않았지만, 두 팔에 실린 아이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어땠을까.


'벌써 단풍 들었네'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빠. 아빤 결혼했어요?


이제 보니 봉사활동 오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 아빠, 엄마였다. 올 때 갈 때 보는 풍경처럼 무심하게 수많은 아빠와 엄마를 만나며 불렀을 아이의 물음과 반복되는 상실의 인식이 안쓰러웠다. 오지랖인지 알면서도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헌데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점심때 도시락에 딸려 나온 한 잔 분량의 포장된 생수뿐이었다.


자~ 선물

함박웃음.
생수 하나를 손에 쥐고서 보여주는 웃음.
주고도 더 많이 돌려받는 느낌.
선물 받았다면 돌아서는 내내 손을 흔들던 아이.

선물은 내가 받았다.




마음을 실어 보내는 것.
전달되는 형태는 물건일 수 도 있고 말 한마디 일 수도 있다.

실어 보낸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질 때 선물이 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사랑(愛) 이 된다.


마음은 쉽게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 선물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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