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담아 준비하는 퇴사
이른 여름휴가로 읽을 책 2권을 들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권을 개인 페북/인스타 계정에 남겼는데, 반응이 여러모로(?) 예기치 않게 뜨거웠습니다.
(예 : 대표님이 좋아요를 누른다던가...... 그러니 그 밑에 못 돌아오겠네, 그간 고생했다 장난 댓글이 줄줄줄 ;;)
이럴 땐 대표님이랑도 페친인 것이 좋지 않죠.... 끊어버릴까...(농담입니다.)
여하튼 '퇴사'라는 주제는 직장인의 공통 관심사는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월간 서른'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더 흥미 있는 주제일 듯.
아마도 '퇴사'라는 단어로 주어진 무게가 각자 다를 뿐 누구나 직장인이면 '퇴사'라는 단어를 마음속 한켠에는 품고 살기 때문이겠죠.
언제까지 회사를 다니실 건가요?
퇴사 후에 무엇을 꿈꾸시나요?
이런 상황에서 흔히 우스갯소리 회자되는 것이 있죠. 기승전-치킨집
어차피 치킨집 사장할 거면, 지금부터 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회사라는 것을 무작정 그만두기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기승전-치킨집 사장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로 퇴사 준비의 여정과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팁을 알아보시죠.
이 책이 100% 정답을 주진 않지만, 퇴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좋은 팁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겐 나름 회사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으니까요.
*쓰다 보니 내용이 조금 길어지는 것 같아 2번에 나누어 쓰려고 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요?
퇴사라는 것은 몸 담고 있는 조직과 인연에 안녕을 고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발적 퇴사가 아닌 이상에야 보통 정년까지 어떻게든 회사를 다녀야지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이 '정년'이 무엇일까요?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정년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임의로 구분한 물리적 시기라는 표현을 합니다.
물리적인 시기라 함은 아마도 회사는 '손익'을 맞추기 위한 인력 활용의 마지막 경계선 어디 즈음으로 잡아 놨을 것입니다. 퇴사 후 삶을 보통 제2의 인생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정한 시간에 의존적으로 기대다가 퇴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인생 2막의 준비일 것입니다. 태어 난 시기를 스스로가 선택하지도 준비하지도 못하지만, 제2의 인생 시작은 스스로가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 일생에서 겉이니 속이니, 본방이니 연습이니 그런 게 있을 리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자기 인생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2의 인생'이란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고 나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찾아야만 하는 게 아닐까?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저자는 경제성장을 통해 이룩한 현대의 사회가 '의존'적인 사회라고 합니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사회. 회사에서 일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있으면 편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있으면 편리한 것'이 '없으면 불편한 것'으로 둔갑해버립니다. 그 결과 점점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필수품'이라고 느끼면서.
"있었으면 좋겠다"싶은 것들을 끝없이 손에 넣는 것이 자유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 반대였습니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런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습니다.
지금의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 하지만 그전에는 그녀 역시 '있는'세계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있는'것이 풍요로움이라고 믿고 그걸 위해 일하고 돈을 벌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어쩌면 없으면 못 사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없는'것에도 또 다른 세계와 풍요로움이 있다고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전자제품을 (전자레인지, 선풍기, 코다츠.... 그리고 냉장고까지) 하나 씩 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며 '자유'의 의미를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퇴사 = 자립
서두가 길긴 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퇴사의 의미는 '자립'이 아닐까요.
회사가 정한 타이밍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준비하여 시점을 잡아야 할 것이고, 그간 의존해오던 회사-돈-물질로부터의 굴레어서 벗어나서 두 발로 서는 것.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이나가키 에미코가 전하는 퇴사의 메시지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다는 '회사'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생각해봐야 하는지 저자의 말을 빌려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해봅시다.
*일부 내용은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약간의 편집을 하였습니다.
고용한 사람이 입 딱 다물고 불합리한 처우를 참는 것은 결국 먹고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돈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에 인생을 지배당하는 것 아닌가요? _P17
성장기에 유년시절을 보내며 '좋은 학교' '좋은 회사' '좋은 인생'이라는 황금 방정식을 의심치 않고 살아온 나는 어느새 '황금만능주의'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중략)... 아무리 향휴하고 있더라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으니 나는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 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든. 생활에서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리려야 내릴 수 없는 열차였습니다. _P38
동기들이 일제히 당연히 올라갈 지위를 꿰차는 와중에 아무래도 내 자신은 어느 캡 후보에 끼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엄청나게 흔들렸던 것입니다.
보답 없는 싸움과 , 아무리 애써도 불식시킬 수 없는 '차별 일지 모른다'는 의심. 그리고 '차별 따윈 없다는 회사'
죽음의 트라이앵글 , 달리 뭐라 할 수 있을까? _P33
특히 회사원이라는 인종에게 주어진 특별한 시련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인사이동'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회사원들이 월급이라는 이름의 '마약'에 찌들다 보니 어느새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P121
회사원으로 28년간 어떻게든 견뎠던 사람으로서 돌이켜보면, 사원이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은 '돈'과 '인사'입니다.
너무 노골적이긴 하지만 이게 큰 에너지를 쏟게 만드는 건 틀림없습니다. _P168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실은 상당한 키높이 신발을 신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회사의 권세와 온정의 힘이란 참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_P177
저자의 회사-회사원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책 전반에 녹아있는 시각은 다소 극단, 노골적이지만 사실입니다. 회사원은 '돈과 인사'로 살아간다는 기저에 깔린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냐, 나는 달라, 그렇지 않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시각처럼 조금은 냉소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가 '회사의 일을 한다는 의미'를 되짚어 볼 때, '그만두는 것 (퇴사)'이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 지에 대해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1편에서는 어렴풋이 또는 너무 장밋빛을 그리며 바라보던 '퇴사에 대한 의미'와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의미'를 되짚어 보며 생각해볼 수 있게 준비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퇴사라는 대업을 위해서 어떤 자세로 회사를 다니면 되는지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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