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팀회의 시간.
MZ들은 수적으로 우세하다.
오로지 한명뿐인 팀장인 내게 여럿이 똘똘뭉쳐 레이저 눈빛들과 동시에 질문을 해대면
바로 KO패를 당하고 마는 요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오늘도 새로이 떨어진 업무를 분배해야 하는 바, 더욱 더 정신을 바로잡자.
'자 다들 왔나요? 회의시작 합시다'
'먼저 00센터와의 협력건입니다. 저녁시간 2시간 대관업무입니다.
총 8회니까, 네 분이서 2번씩 순번을 정해보도록 해요. '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회의실. 좋지 않은 표정들과 이리저리 배회하는 눈동자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당장은 할 수 없는 듯 망설이는 듯한 입술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알지만, 이럴때는 빠른 속도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 건은 네 분이서 순번을 정해서, 내일 오전까지 알려주세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시다"
"다음은, 00축제 지원입니다. 금~토 3일간 진행되는 축제라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에요. 지난해와 동일하게 우리팀은 00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니, 부스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
"A은 기획을, B은 홍보물품을, C는....
"이것까지 할 여력이 없습니다"
팀장인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표 선수로 A매니저가 총대를 맸다.
주로, 총대 매는 역할이 정해져있고, 이 총대에 명분을 주고 메세지를 주는 사람은 또 따로있다.
아까부터 화장실을 가는 듯, 두 사람이서 내가 설명하는 동안 들락날락 하더니 결국 버튼을 눌렀다.
10명의 팀원들 중 네 사람은 팀에서 업무강도가 낮고, 품이 덜 드는 일을 네명이서 나눠서 하고 있다.
업무의 분배가 골고루 되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업무요청이 올 경우 주로 이 네명에게 맡기게 된다.
내가 팀장이 아니고, 내가 20년 경력이 없고, 이들의 업무를 관장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력이 없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슨일을 어떻게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직속 팀장이다.
나를 앞에두고 사회초년생 딱지를 겨우 뗄까 말까한 1년차 직원의 말.. 여력이 없다..라..
"A매니저 여력이 없다는 말이 뭔지 알아요? 지금 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시간이 없나요? 내가 여러분들 어떻게 일하는지 얼마나 일하는지 아는 사람인데! 해보지도 않고, 노력해보지도 않고 여력이 없다뇨? 그말은 저한테는 지금 이 일이 안맞다고 고백하는것 같네요. 지금 저한테 퇴사하겠다는 말을 하는 거 아니라면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너무너무 화가 치밀었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A는 B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으리라. B가 준 명분을 바탕으로 총대를 메고 용기있게 내뱉은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말인지 알게 되니, 정말로 잘못했다는 표정으로 더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해보겠다고 한다.
"해봐요. 해보고도 안 되면 그때가서 얘기합시다"
매번 일을 맡지 않으려는 직원들과의 힘겨루기가 너무 힘들다. 꾸역꾸역 또 회의를 마친다.
나로썬 업무가 최대한 형평성 있게 되어야 하는데, 일부 직원들에게는 몰려 있고,
이 MZ들은 업무가 너무 없다..마치 일터에 놀러온 사람들 같아보일때도 있다.
팀장인 내가 솔선수범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도맡아 하고,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를 보고 배우지 않을까? 자극받지 않을까? 하는 맘에 오늘도 최선을 다해본다.
도대체, 면접장에서 그토록 활활 타오르던 MZ들의 열정!!
그 많던 열정은, 누가 다 먹은건가?
1. 회의를 주관한 팀장
2. 새로운 일을 요청하는 협력기관들
3. 회의에서 말 없이 앉아있던 선임급 매니저들
4. MZ직원(1년차 신입) 네 명 중 우두머리
5. MZ직원(1년차 신입) 네 명의 무리들
6. 조직의 가장 우두머리(보이지 않는 손)
7. 기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정답은 없는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