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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기억의 파편들

by 수우미양가


바닥편지


꽃으로 왔던 시간들 모두 거두어

이만 돌아간다고

바닥 가득 써놓은 필체가 미려하군요.

겹치고 엇갈리며 써 내려간 문장들을

처음부터 읽고

끝에서부터 더듬어 읽고

흐트러질까

숨 참으며 다시 읽어봅니다.

연과 행을 이루는 글자들마다

홑잎으로 뛰던 심장이 두근두근 읽힙니다.

편지 한 장 쓰는데 삼일은 성급하고

한 오일은 정신 못 차렸겠고

또 한 삼일은 조급했을 테지요.


잔가지 더 길게 내밀었던 쪽으로의

수북한 산화

곧이어 파랗게 맺힐 버찌에

보라색 피를 모두 맡겨 놓고 간 의중이

다시 못 올 거라는 은유로 읽히는 건

나의 오독일까요

화르르 화르르 타올라 소진될 색色,

봄이 퇴거하면 바닥은 늙고 퇴색되겠지만

밟힐 줄 알고 멈칫멈칫

유약한 말투만 골라 흩뿌려 놓았군요.

굳이 흔들지 않아도 꽃가지들은 허물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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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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