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오월
갓 삶아널은 광목 같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봄날
수꿩이 허공을 북북 찢으며 울어재끼는
골짜기로 들어가
막 움 틔워 순한 찔레 순을 채취했습니다
소쩍새 멧비둘기 산까치 뻐꾸기,
봄새 울음 머금고 피어난 여린 순을
한 잎 한 잎 바구니에 따 담으며
찔레꽃처럼 환하게 웃던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잠시 부주의로 가시에 찔린 손 끝에서 몽글몽글 솟아나는 핏방울, 닦아도 닦아도 자꾸 솟아오르는 검붉은 핏방울을 들여다보면서 혼자라는 생각에 울컥,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찔레순을 다듬고 덖으며
흰 눈 분분히 내리는 날 창가에 앉아
이 찔레차를 마실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오월의 햇살과 산새 울음, 그리고
혼자여서 더 아릿하던 내 손가락 끝의 통증까지
모두 찻물에 우러나오겠지요
한 모금 삼킬 때마다
찔레향이 덩굴째 번질 그대의 가슴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