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마당을 쓸다가
감꽃 하나를 주워서 오물오물 맛을 보는데
텁텁한 게 예전의 맛이 아니다
어릴 적에 군것질이 생각나면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감나무 흰 그늘을 끌어모았다
저녁밥을 짓던 엄마는
이제 곧 감자싹이 어깨를 허물 거라며
내가 주어온 감꽃을 실에 끼워주셨다
나는 이궁이 앞에 쭈그려 앉아
가마솥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감꽃을 하나씩 빼먹었다
달근한 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나는
내 뱃속에 꽃등이 달리는 거라고 믿었다
적막은 산 쪽에서부터 내려와 정오를 거치면서 내가 누운 정자에 함께 누웠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가 깨어나지 않게 적막은 내 누인 머리를 고이며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