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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기억의 파편들

by 수우미양가


옆집과 경계 이루는 지점

온통 칡넝쿨에 뒤덮인 살구나무

그물에 걸린 짐승처럼 숨 헐떡이고 있었다

오글오글 새끼들 마른 젖꼭지 물린 채

생기 잃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바람에 휘둘리는 여린 순

등이나 비벼보라고

자기 몸 한구석 언덕으로 내주었을 것이다

붙잡고 일어서보라고

잔가지 하나 둘 내주었을 것이다

구석구석 가려운 곳 긁어가며

착착 감겨오던

칡넝쿨 어두운 속내 진정 몰랐을 것이다


애초부터 한 몸이었다는 듯

구렁이가 먹잇감 숨통 조여 가듯

살구나무 몸체 깊이 살을 묻고 넌출 대며

제 배를 채우고 있는 칡넝쿨,


톱 들고나가 싹둑 잘라 주었다


나도 한때 저 넝쿨 같은 남자 사랑한 적 있었지

입 안 혀처럼 부드럽고 살갑게

내 영혼의 팔다리 휘감고 올라와

끝내 숨통을 조여 오던


그것이 사랑이라 믿게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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