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절간 마당 한 귀퉁이
명주 치마저고리 단아하게 차려입고 합장한 듯 다소곳이 꽃잎 오므린 백목련 한 그루, 전생에 남의 남자 흠모하여 생목숨 빼앗은 죄 동토의 시린 바람 온몸으로 받아내며 속죄 불공드리나 싶었는데 짓궂은 봄 햇살이 그녀의 몸에 내려앉아 툭툭 해찰 놓자 꼭꼭 싸매었던 저고리 앞섶 스스로 풀어헤치고 허연 허벅지 뽀얀 젖가슴 농염하게 드러낸 채 절간마당 구석구석 흰 분내를 풍겨댄다
저 혼자 몸 달았다 이내 널브러지는 그 모습에 점잖게 눈 내리뜨고 대웅전 앞 지키던 돌부처님 입가에도 묘한 미소가 번진다
하! 저 헤픈 년,
부처님 마음까지 흔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