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

by 수우미양가


버클



옥죄는 생을 피하려면

몇 개의 적당한 구멍이 필요하다


둥근 버클에서 출발한 둘레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채워진다

그 둘레엔 여분의 구멍들이 몇 개쯤 더 있다


똬리를 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것은 뱀이다 그러나

자신의 꼬리를 자주 무는 것으로 보아

뱀은 분명 아니다


느슨하게 혹은 바짝,

계절을 제 안으로 밀어 넣거나 꺼내놓거나

어느 외투 속에서 똬리 틀며 기회를 엿보지만

허리와 골반, 그 경계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가끔 한 칸 벗어난 구멍을 채우지 못해

흘러내리던 날들이 있었다


몇 개의 구멍은 둘레일 뿐

생명선은 한 칸의 안과 밖이다

느슨한 숨을 경계해야 한다


오래 머물렀던 자국,

그것을 몇 년 전이라 부른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7화흩어진 기억의 파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