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절정
아슬아슬 담장 위 한껏 물오른 능소화,
제 몸 깊숙이 나비를 품은 채
담장을 뛰어내렸다
나비가 꽃을 파고든 것인지
꽃이 나비의 목덜미를 문 것인지
이빨 없는 것들의 합일
서로의 몸에 서로의 채취를 묻히며
물아일체를 이뤘다
마침,
꺾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호랑나비 한 마리를 제 몸 깊숙이 품은 채
마지막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담장 밑의 능소화
시드는 순간으로 집착이 되는 꽃과
꿈꾸는 관을 찾아든 나비가 함께 굳어가는
고요한 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