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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기억의 파편들

by 수우미양가


비스듬히 기다리는 시간



단발머리 어린 시절

바짝, 각도를 눕혀 내 근처를 따라 돌지도 못하고 멀찌감치 원을 풀면서 맴돌던 자전거 같던 아이


나는 매일 비스듬히 내 곁을 따라 돌던 그 아이 그림자를 못되게 밟고 다녔었다


지구를 중심축으로 달이 공전하듯

그때 나는 그 아이의 중심이었을까

몸이 균형을 잡으려 왼쪽으로 치우치듯

그때 나는 그 아이의 두근대던 심장이었을까


그늘은 다 비스듬하다

비스듬하다는 것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뜻이고 그쪽으로 머쓱한 제 키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골목길 한쪽

작은 지지대 하나가 자전거를 받치고 서서 지난 시간의 원 하나를 길게 풀며 돌고 있다


두근두근

한때 누군가의 겹친 심장이었던 적 있었다


그때 자전거는 무슨 생각에 그리 골똘히 빠져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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