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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Sep 21. 2024

산방 일기

헌다獻茶의 시간



헌다獻茶의 시간/이수미

 

 

죽은 자를 향해 올려졌던

격식을 자정이 허문다.

어떤 입맛이 수저 한 벌 들지 않았다.

 

차례와 순서에 맞춰 진설陳設되었던

붉은 동쪽과 흰 서쪽이, 물속과 들판들이

상위上位부터 허물어진다.

 

연령의 경계가 없는 곳으로 가셨으니

차려진 음식들에도 어른 아이 입맛이 따로 없다.

생시에서의 마지막 날이 공복이었으니

천상의 첫날엔 진설의 격식이 알맞다.


희비가 담긴 상차림

기운 빠져 밍밍한 음식으로

산 사람을 위해 다시 늦은 밥상이 차려진다.

 

음복술 불그스름한 취기에

죽은 자를 떠올릴 때마다

코끝으로 매운 통증이 몰려오는 식솔들

 

비교적 잘 가고 있고

잘 오고 있었던 것일까

집안에 흐르는 기氣의 파장이

같은 주파수로 원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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