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동거
외로운 동거/ 이수미
참사랑양로원 수형할머니
사춘기시절 찾아온 은밀한 사내와
여든 가깝도록 동거 중이다.
사내는 수염도 없고 불뚝거리는 성질도 없다
한 베개를 두 개의 음양陰陽이 베고 있지만
소곤거리지도 두런거리지도 않는다
그가 들어온 후부터
앉아서 오줌 누는 일이 부끄러워지고
주위를 흘끔거리는 버릇이 생겨났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둘이면서도 하나인 모호한 연애 때문에
직장도 자주 잃고 가족들도 돌아앉았다
그녀가 치마를 벗을 때는
그가 양복을 입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무명천으로 칭칭 가슴을 동여매도
매달 어김없이 찌릿찌릿 부풀어 오르던 젖가슴,
자리를 가려가며 숨었다가 나타나는
엇갈리는 성性,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가 2대 8의 비율로 머리카락을 가르고
보랏빛 넥타이를 맬 때, 그녀는
말라 쪼그라든 자신의 자궁 속에 쭈그리고
들어앉아 있었을까
양로원 구석진 방,
지정받은 성별이 없는 탓에 마땅히
나눌 수 있어야 할 내방객도 없다
한 베개를 같이 베고도
둘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