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태어나는 곳
울음이 태어나는 곳/ 이수미
산부인과 병원 앞을 지나칠 때면
이곳이야말로 울음의 본거지이지 싶다
혹자의 말처럼
바보들의 세상으로 떠밀려 나온 것에 대한 설움이든
좁고 어두운 곳을 빠져나온 후련한 탄성이든
고고지성 呱呱之聲,
울음으로 시작되는 나이
울음이란 탄생과 죽음
두 곳의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인 까닭에
환호와 추모 또한 이어지는 한 짝이다
여식이 줄줄 이어서
갓 태어난 울음을 윗목에 밀쳐놓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스스로 배운 것이라곤 울음밖에 없어
악을 쓰며 울었고
울면서 얼굴들을 만나고 웃음을 배웠다
우리는 울음으로 시작해
울면서 배웅을 받는 존재들
사람이 소멸되어 가는 동네엔
넘어지는 울음도 배고픈 울음도 없고
울음이 사라진 호칭들 끝에
고양이울음과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