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 수 미
폐가 마당 빨랫줄에
소용을 잃은 빨래집게,
입 앙다물고 매달려 있다
무슨 금기 누설한 죄 지었는지
허공감옥에 갇혀
서늘한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등짝에 화인처럼 박힌 열 십자
오체투지로 허공 짚으며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
바람 든 뼈마디, 혈흔처럼 흐르는 붉은 살비듬
푸른 이끼 누더기처럼 뒤집어쓰고도
끝까지 입에 문 빨랫줄 놓을 수 없는 건
무는 것이 곧 사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입 벌리면 천 길 낭떠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