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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Aug 24. 2024

산방 일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 수 미


폐가 마당 빨랫줄에

소용을 잃은 빨래집게,

입 앙다물고 매달려 있다


무슨 금기 누설한 죄 지었는지

허공감옥에 갇혀

서늘한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등짝에 화인처럼 박힌 열 십자

오체투지로 허공 짚으며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


바람 든 뼈마디, 혈흔처럼 흐르는 붉은 살비듬

푸른 이끼 누더기처럼 뒤집어쓰고도

끝까지 입에 문 빨랫줄 놓을 수 없는 건

무는 것이 곧 사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입 벌리면 천 길 낭떠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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