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추억
저녁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온실에 나와 앉았는데
뒷산 솔숲의 수리부엉이가
묵직한 밤의 언어를 공중에 띄워 보내고 있다.
지난 봄밤 내내
가슴속 애절한 사연을 풀어놓던 소쩍새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훌쩍 떠난 후 한동안 소식이 없어 영 궁금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뒷산의 터줏대감이 후텁지근한 여름밤을 더 깊숙한 곳으로 끌고 들어간다.
마당에 멍석 펼쳐놓고
삶은 감자와 옥수수로 저녁 끼니를 때우던 어릴 적,
젖은 쑥모깃불 알싸한 연기는 기분 좋게 폐를 자극했고, 뒷산에선 오늘 밤처럼 수리부엉이와 소쩍새가 울어댔었다.
그때 나는 멍석 위에 누워 달빛에 길을 더듬으며
은하수로 쪽배를 타러 다녀오곤 했었다.
여름밤 정취에 흠뻑 취해 옛 길을 돌아보는 시간,
어떤 추억은 우리 몸을 안 쪽에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지만, 또한 어떤 추억은 우리 몸을
안 쪽에서부터 따스하게 덥혀주기도 한다.
수리부엉이와 소쩍새 울음이 들리는 도시 언저리마을, 인공꽃향이 가미된 매캐한 모기향에 취한 모기들이 비몽사몽 물 것을 찾아 헤매는 밤,
먼 훗날, 이 밤은 나에게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