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군단 사열식
해바라기군단 사열식/ 이수미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오와 열,
충북 보은군 소속 해바라기 군단의 수 만 개의 발이
하나의 음音으로 땅을 울린다
발아의 순간부터
저들의 중심은 하늘에 있었다
해를 따라 도는 충성심으로
황금모자를 수여받은 해바라기 군단들
저들의 임무는 관광객 사열단의
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들의 기억 속에 각을 새기는 것이다
일제히 한 방향으로 고개 돌린 채
입가의 근육을 한껏 끌어올린다
저 절도 있는 웃음은
고도로 훈련된 숙련병들만 지을 수 있는 기술이다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폭풍우의 채찍을 견디고
삼복더위, 살가죽 타들어가는 불지옥 훈련을
통과해야만 터득되는 기술,
끝없이 도열한 사열단 앞을 지나
탄부면* 들판을 향해 전진해 나가는
해바라기군단들,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올해도 검열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은군은
'해바라기지원병 수시모집' 현수막을
거리마다 내다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