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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
가을
가을 /이수미
손차양을 하고서야 겨우
동공이 열렸다
습기 빠진 햇살이 너무 아까워
아직 깨끗한 이불을 꺼내
다시 빨아 널었다
호박고지를 뒤집어 너는 사이
눅눅했던 마음이 꼬들꼬들 말랐다
지난여름
손톱 가득 물들었던 봉숭아 꽃물이
초승달로 기우는 저녁
지금쯤 고향집 지붕엔 누런 호박덩이들
섬처럼 떠있겠다
적막은 산 쪽에서부터 내려와 정오를 거치면서 내가 누운 정자에 함께 누웠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가 깨어나지 않게 적막은 내 누인 머리를 고이며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