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문신/ 이수미
연약한 초파리는 개미들의 호위를 날개에 진화시켜 놓았다. 두 마리의 개미가 날개를 타고 붕붕거린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슴팍을 움켜잡고
등짝을 휘돌며 용의 호위를 받던 사내
평생을 용트림했으나 한 번도
저 몸을 벗어나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불끈, 어깨에 들어있던 힘이 빠져나가자
용의 꼬리와 발톱이 자꾸 주름계곡으로 빠져든다
온탕과 냉탕을 들락거리며 용을 써보지만
오래 갇혀있던 탄력은 수축의 냉탕에 들어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식어가는 사내의 악명惡名
탕 속이 범람한다
그러나 범람 이후엔 그만큼
줄어든 물의 양만 남아 있게 마련이다
분란을 일으키며 탕을 드나들지만
그 어떤 곳도 여전히
승천할 수 있는 온도가 되지 못한다
최근 들어 부쩍 소매를 더 자주 걷어붙이는 사내
험악한 과시는 절실한 호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