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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Oct 12. 2024

산방 일기

항아리


항아리/ 이수미


치매로 거동 불편해진 어머니

부쩍, 과거와 현실의 기로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신다


십일 남매를 낳느라 늘

배가 불러있었다던 어머니

홀쭉한 배가 오히려 어색했다고 하셨다


평생 살부림으로 숙성시킨 속에 것들

서울로 청주로 다 퍼서 올려 보내놓고

빈 독이 되어 나앉았다

뜨거운 물에 불리고 우려내도

쿰쿰한 냄새 가시질 않는다


금가락지 고운 옷 다 내려놓고

오로지 자식 품던 옛길만 기억하시는 어머니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신다


벌써 며칠 째 누군가에게 길을 묻듯

혼자 중얼대시는 어머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뒤꼍에 나가 서성이는데

장독대 한 편

실금 가득한 폐기 하나

우묵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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