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입은 잠
화상 입은 잠/ 이수미
차르릉 짜르릉 히리릭치리릭
쯔끼쯔까 쯔끼쯔까 또르르륵또르르륵
저건 여름내 태양볕에 달궈진 계절이
비등점을 넘는 소리다
압력솥이 따가닥따까닥 스팀캡을 흔들듯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고
풀벌레들이 날개를 비빈다
밥솥 안 쌀알들이 서로 엉겨 붙듯
날개를 한껏 부풀려
찰진 계절을 한 솥 짓고 있는 풀벌레들
쉭쉭 대며 빠져나오는 더운 김에
내 잠이 화상을 입었다
어둠을 끌어다 상처를 덮어도
설익은 쌀알처럼 하얗게 곤두서는 잠
계절은 푹푹 무르익어가는데
내 잠은 오돌오돌 되살아나고
화상 입어 말갛게 물집 잡힌
가을밤이 욱신욱신 쓰리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