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에서 경험이란 무엇일까?

민주적 의사결정 수업 사례를 통한 고찰

by 신승엽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

다음 중 민주적 의사결정 원리가 아닌 것은? ①대화와 토론 ②양보와 타협 ③다수결의 원칙...

위의 물음이 시험문제로 나온다면 교사는 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학생들은 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학문하기’가 아니라,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상징을 전달하고 그것을 외우는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입니다. 독재가 아닌 다수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은 쉽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다수결’이라는 ‘전가의 보도(傳家之寶)’를 꺼내 들기 십상입니다. ‘소수의견의 무시’, ‘다수의 횡포’... 다수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님에도 그것을 우리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라 택합니다. 민주주의는 ‘평등’이라는 수평적인 가치를 지향합니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정치적 상황에서는 ‘평등’이라는 가치는 ‘비효율적’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평적 의사결정은 더 힘들어집니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수평적 소셜미디어의 민주주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어 여론이 만들어지지만 쉽사리 결론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교과다운 학습을 위해서는 ‘중간언어’로 관련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을 듀이는 ‘학생중심’이라 표현했고, 학생중심, 학습자 주도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해보는 것(능동적인 측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당하는 것(수동적인 측면)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즉, 교과라는 외부 입력을 통해 ‘사고가 개입된 경험’을 겪게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민주주의’ 개념의 얼개

개념의 하위 요소는 ‘주제’와 ‘사실’입니다. 지식의 구조라는 하이라키(hierarchy)를 살펴보면 수업에 적용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 하에 ‘의사결정’은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결정 사례는 사실이 되겠지요. 학생들의 사고가 개입된 경험을 줄 수 있는 사례를 교사가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공유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면 좋겠지만 간단하게 발문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자리배치, 급식순서와 같이 학생들이 경험하는 거리와 더 가까운 사례부터 지역의 문제와 국가 차원의 문제, 전 지구적 문제까지 학급의 규모에서도 의사결정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개념의 얼개.jpg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상식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는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야 합니다. 자리배치를 만약 다수결의 결정에 의해 키순으로 한다면 시력이 나쁜 친구는? 키가 작은데도 뒤에 앉고 싶은 친구는? 짝이 아니라 혼자 앉고 싶어 하는 친구는? 창가의 자리에 앉는 친구와 출입구 근처에 앉아야 하는 친구의 형평성은? 등등 제기할 수 있는 의견은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양보, 타협, 대화와 토론 같은 가치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의(熟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와 같은 비효율적(?)인 ‘민주적 의사결정’이 왜 ‘원리(原理)’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의사결정 주체의 규모에 따른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에 따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대신할 수 있는 정치 제도의 발전, 그것이 지금의 간접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다중민주주의로

정보와 통신의 발달로 대중이나 민중, 국민을 넘어 다중(multitude)으로 여론의 영역은 확장되어 갑니다. 그리고 지금의 학습자들은 앞으로 더 큰 세계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대중과 민중은 계급, 종교, 종족, 직업으로 분류되고 조직된 동질적인 집단인 데 비해, 다중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질적인 집단입니다. 국민, 대중, 민중은 하나의 통일체로 대의되지만 다중은 대의될 수 없습니다. 다중의 다름은 익명성과 수평성이 더욱더 보장된 가상의 세계에서 더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침식’시키는 혐오나 갈등의 심화는 이와 같은 플랫폼의 전환에 따름에도 기인합니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어린 학습자들에게 ‘민주적 의사결정’의 경험은 사고가 개입된 문제해결적 경험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해결이란 단순한 학생들의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즉, 새로운 문제를 볼 수 있는, 교과를 통한 ‘안목(眼目)’입니다. 그것이 학문중심에서 말하는 핵심개념과 일반원리로써의 교과이고, 경험중심에서 말하는 학생의 사고가 반영된 학습 경험일 것입니다. 그런 ‘눈’을 가지게 되었을 때 다른 문제로 전이(轉移)는 일어날 것이고, 교과 간의 경계를 넘어 융합적인 사고가 가능한 학습자가 될 것입니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jpg
민주적 의사결정 원리 사고하기.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