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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엽 Oct 31. 2023

민주주의와 교육

이 책을 읽기 전에

 화이트헤드의 말을 빌면 현대교육학은 민주주의와 교육(존 듀이 John Dewey, 1859-1952)의 주석이다.라고 흔히 표현한다. 그만큼 민주주의와 교육은 지금의 경험중심, 아동중심과 같은 진보주의 교육의 선구자(이 책을 숙독한다면 전통주의의 대안이 아닌 심도 있는 분석과 사상이 읽힌다. 발전은 결코 변증법 적이지만은 않다.)로 우뚝 서게 한 교육철학서이다. 

이 책은 생각이 비슷한 선생님들과 함께 읽으려고 묵혀두었던 책이다. 책이라는 것은 주변의 번잡함을 떨치고 조용히 사색하며, 깊이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 또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도 매력 있는 일이다. 특히 고민과 사유의 거리를 던져놓는 이와 같은 철학서(분명 철학은 사유의 거리를 제공하는, 말로 뱉어내어 다른 이들과의 협응이 필요한 영역이다.)는 더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책꽂이에 꽂혀있는 파란 표지의 이 책은 끊임없이 나를 유혹했다. 이래도 안 읽을래?라고 말을 하듯 어느 날은 다른 책을 뽑아내려다 떨어뜨리기도 했다. 지음(知音)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가볍게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난 때로 책을 읽다가 '욕'을 내뱉을 때가 있다. 페스팅거의 말처럼,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거나, 네루다의 시처럼 나의 창자까지 건드리는 감성적인 문장을 읽었을 때 그렇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이런 생각을, 이런 글을...'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도 그랬다.'


유럽이 가고 미국이 부상한 이유를 흔히들 실용주의에 기반한 학문과 사회, 정치, 경제 등에서 찾곤 한다. 유럽이 이미 소생이 불가능한 철학에 여전히 골몰하여 링거를 투여하고 있을 때, 미국은 철저하게 검증과 실증이 가능한 실용성에 바탕을 둔 사회문화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노벨상만 봐도 그렇다. 이론만으로는 후보에 오를 수도 없다. 실증이 가능한 학문의 성과에서만 노벨상은 주어진다. (오펜하이머가 떠오른다.)

존 듀이는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의 철학사조를 따른 철학자이면서, 그 사상을 '교육'이란 영역에 대입한 교육사상가로 분류된다. 프래그머티즘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던 철학사조로 전통적인 철학이 인간의 경험과 분리된 독립된 형태의 형이상학적인 진리를 추구하던데 반해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강조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경험을 재구성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사고와 행동양식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개인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 서로의 관점과 행동양식을 조정해 나간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에 의해 해석된 지식은 서로 유사한 형태와 모양으로 조정, 발전해 나간다. 이러한 상호 조정의 과정이 배움의 과정이며 진리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실천적이고 실용적이며 경험적으로 검증된 지식을 추구하는 프래그머티즘은 신대륙을 개척하는 적극적 사고방식과 능동적 생활태도를 지니 미국인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프래그머티즘을 반영한 듀이의 사상은 '이론(theory)'과 실제(practice)'의 관계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론은 실제에서 파생되며 실제에 적용되는 한에서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다. 이론을 지식이나 이성과 같은 말로 본다면 실제는 실행이나 경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론, 지식, 이성이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실제 삶에서 적용되고 실행되어야 하며 경험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듀이는 철학 역시 영원불변한 진리 자체를 탐구하기보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그는 실험을 경험과 동일한 말로 사용했다.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경우, 이는 경험 즉 실험을 통해 얻어지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흥미라는 것이다. 

듀이는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실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교육자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보았다. 즉, 교육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실제적인 교육적 문제의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활용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했으며, 1896년 부인과 함께 '실험학교'를 설립하여 교육이론을 실험해 보는 실천성을 보여주었다. 

칸트의 말을 빌면 이론 없는 실천은 공허하고, 실천 없는 이론은 맹목적일 수 있다.

철학자로서는 어떻게 보면 현대인(?)이라 아직 마이너에 가깝지만, '교육'이라는 분야에서는 기존의 전통주의에 다른 시각을 제공했던 존 듀이의 명저를 이제 읽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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