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님들! 수박을 잘라보세요

권위적일 수록 소통은 어렵습니다

by 안기자

(지금 돌아보니) 돈이 곧 권위가 되는 것도 아쉽지만, 권위가 있는 사람은 소통이 잘 안되는 점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요즘 기업인들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습니다. 기업을 취재 하다보면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 다릅니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 화법만 봐도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회사의 중책을 맡으신 분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일반 직원들이 전혀 다른 일로 피해보지 않도록 항상 행실과 말을 조심해야 하실 겁니다...



(2017.7.22)기업들이 직원들간의 ‘소통’에 대한 사내문화를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사장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든가, 사장이 직원들과 등산을 했다든가 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트렌드에 뒤쳐졌다’고요. 며칠 전 모 회사 대표가 무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하는 전 직원들에게 수박을 나눠주고 담소를 나눴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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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 일간지 1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앞에서 직접 탁자를 들고 옮기는 장면의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실렸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고무장갑에 장화, 조끼를 착용하고 수해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고요.


적어도, 이 시대에서 ‘소통’을 얘기하려면 수박을 같이 먹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박을 직접 자르던가!(수박 자르는 거 힘들잖아요) 앞치마를 두르고 화채를 만들던가! 했다면 메시지가 훨씬 더 잘 전달됐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죠. 그리고 기업의 대표가 나서서 수박 자르고, 옮기고, 앞치마 두른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대표가 직접 고기 구워서 탁자 앞에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나르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받아 봤지만요, ‘우와 ㅠㅠ 정말 대단해~’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진심’에 대해 더 민감한 시대입니다.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

최근 진에어 기장의 ‘아재개그’가 화제가 됐습니다. 보통 기내방송 후 영어로 다시 방송 하잖아요? 트위터 글을 참고하자면 기장이 한국말로 안내방송을 한 후 “레이디스 앤 젠틀맨. 디스이즈 어 캡틴 스피킹. 주변에 영어 잘하시는 분 계시면 제 말 좀 통역해주세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이라고 했대요. 헐 ㅋㅋ 진에어에 따르면 곧바로 다시 영어로 제대로 방송했다고 하네요. 그냥 웃고 넘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내를 유머가 통하는 공간으로 만든 건 의미 있는 재치였다고 생각해요.


기업인 분들은 정말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제는 그 방법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리타분하지만 의외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정답이겠지요.


저도 반성할게 있어 고백하자면요, 기업 기사를 쓸 때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M&A를 하더라도 기업에 미치는 장단점·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지만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 입장에서의 고충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습니다.


뭐든지 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어요? 앞으로 더 사람 냄새 나는 기사 쓰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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