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마리네이드

화가 날 땐 더 나다운 것으로

by 안기자

재택근무 1년이 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집밥을 해먹은지 1년이 됐다. 작년 상반기엔 정말 식당 가는게 꺼려졌다. 오밀조밀 붙어서 비말을 튀기며 식사를 한다는 것. 사람이 밥을 먹는 행위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도 하고,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떼우기'가 아닌, '식사'를 위한 집밥을 하기 시작했다. 맛이 밍밍해도 그냥 먹고 말았던 된장찌개의 맛을 좀 더 정상 범주에 들여 놓거나, 면수 없이 뻑뻑하게 해먹었던 파스타를 촉촉하고 그나마 먹을만한 상태로 식탁에 올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는 식당에 조금 더 자주 가게 됐다.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샐러드도 많이 사먹게 됐고, 친구들과 유명하다는 식당에도 들리게 됐다. 줄을 안서니까...


하지만 여전히 뷔페는 갈 기회가 없었다. 예전에 뷔페에서 먹은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생각났다. 집에 발사믹식초도 있다. 해먹자.


1.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꼭지를 따고 칼집을 낸다.



귀찮아 죽음

2. 끓는물에 20초만 데친다.


3. 발사믹 식초+올리브유+꿀을 토마토 위에 부어 버린다.


4. 냉장고에 식힌다.


ㅋㅋㅋ맛없게 나옴

사실 이 음식을 해먹은 날은 기분이 많이 안좋았던 날이다.


기분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나다운 음식을 먹거나 나다운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 기분은 어느정도 전환된다는걸 알고 있었다.

나답다는 건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범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날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몸무게에 대한 내 고민, 예전 부페에서 먹었던 그 음식에 대한 그리움 등등 철저히 나에게 집중된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