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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Dec 01. 2019

11월

올해도 겨우 잘 견뎠습니다

겨울이라고 해야 하나 가을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는 계절이었다. 겨울만큼 추웠고 가을만큼 비가 자주 왔다. 어두웠고 바람이 매서웠다. 우산을 쓰기 애매한 날씨였고 가죽자켓도 입을 수 없는 그런 날씨였다. 지나왔다기보다는 견뎌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어두울 때 집을 나와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오후 일을 했다. 계속 졸리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고. 챙겨먹는 영양제는 도대체 몸에 남아 제 역할을 하는지 모르게 피곤함은 계속되었다. 아름다웠던 여름을 지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전 힘을 빼는 시기인가. 아니면 긴 추위와 어둠의 시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좁은 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11월 마지막 날 눈다운 눈이 내렸다. 이제부터 겨울이다, 하고 시작을 알리는 눈.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추위를 많이 타면서도 겨울을 좋아한다. 미끄러움에 취약해 눈만 오면 이상한 자세로 걷지만, 눈만 보면 기분이 좋다. 세상이 밝아지고 의외로 덜 춥다. 영하 10도에 눈이 내리는 그런 날, 습하지 않아 오히려 덜 추운 그런 겨울 날씨를 이곳 북쪽 사람들은 좋아한다.


날씨만큼 좋은 이야깃거리가 없다. 다른 의미로는 자연이 자연스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시간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 너에 대한 이야기도, 나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를 함께 하며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한껏 힘을 뺄 수밖에 없던 11월이 지나면 크리스마스로 가득한 12월이 온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설레는 기다림이 12월을 가득 채운다면,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그런 11월. 내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테스트해보려면 11월의 자신을 들여다보면 되겠다. 11월을 잘 보냈다면 다른 달은 문제없다. 없을 거다. 


20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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