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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하다 Jun 09. 2023

돌멩이를 하나 둘 헤아린다, 나빠지지 않기 위해

오늘 건넬 문장: 『유원, 백온유 (창비)』

아무리 이해해 보려 애써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인 삶을,

그렇기에 아픈 현실을 견디는 이들에게.

 



"똑똑."

"똑 똑 똑."

(...)

아무런 대답이 없다.


오늘도 는 벽에다 대고 이야기한다. 정말이지 사람이 아니라 벽이 따로 없다.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 기분을 넘어 명백한 사실이 되어렸다. 참으로 답답하다. 특히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안 보고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삶을 살아보려 무진장 노력하던 지난날들.

'왜 그럴까? 무슨 의도로 그러는 걸까?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난 걸까?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닌데...' 수없이 되물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 다르기에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안 보면 그만인 사람들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의 입에서 쏟아진 못된 말들과 그에 맞서 내뱉은 날 선 말들 나 멍들 갔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시간이 흘러 나는 점점 더 못나졌고 예민해졌다.

못난 마음에 『유원』 속에 등장하는 정현이가 돌멩이 하나를 툭 던져 파문을 일으켰다.  


"그냥 돌멩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


 "안톤 시거라는 인물은 동기가 없잖아. 왜 악인이 되었는지 같은 건 설명해 주지 않아. 왜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지, 어떻게 모든 순간에 그렇게 가차 없을 수 있는지 같은 것도. 근데 살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도 종종 있잖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에서는 시거를 사이코 킬러라고 부르는데 나는 시거 같은 사람은…… 그냥 돌멩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
 "돌멩이?"
 "교회 주차장에 깔려 있는 자갈 같은 거 말이야. 뾰족뾰족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 그냥 그런 상태인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상태인 거야. 거기에 내가 넘어져서 긁히고 베여도 화를 내는 게 무의미한 거야. 내가 돌멩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무의미한 거고, 돌멩이가 내 감정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인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그냥 그런 인물이 되어 보고 싶어. 한 번 정도는 말이야.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 말이야. 행동의 의미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오히려 백 가지로도 천 가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그런 인물."

『유원, 백온유 (창비)』


돌멩이? 그렇다 돌멩이.

처음부터 뾰족뾰족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돌멩이 같은 상태인 상대방에 내 마음만 다쳐가며 이해를 바라온 것이다.

이 상황에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함을 먼저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덧없음을 직면해야 한다.


슬프고 괴로운데,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 아버지를 '돌멩이'로 해석한 정현이가 유원, 그리고 우리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를 시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까운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를 빙자한 폭언과 폭설이 무한 환경에 처한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을 다치게 하는 실망스러운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거나 이해받길 바라지 말았으면 한다. 

그 시간에 당신을 소중히 대하는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돌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함부로 대하 사람의 삶을, 자신의 삶훼손시켜 가며 이해해야  필요 없다.


내가 돌멩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무의미한 거고,
돌멩이가 내 감정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인 거야.


도망가자 말을 건네는 대신 함께하는 마음을 담아 담담히 돌멩이 하나 헤아고 말할 뿐이다.


돌멩이 하나에 

돌멩이 하나에

돌멩이 하나에 안도

돌멩이 하나에 회복

돌멩이 하나에 위안

돌멩이 하나에 괜찮다, 찮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


별거 아니다, 그냥 돌멩이일 뿐이다. 생각을 전환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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