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넬 문장: 『유원, 백온유 (창비)』
"안톤 시거라는 인물은 동기가 없잖아. 왜 악인이 되었는지 같은 건 설명해 주지 않아. 왜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지, 어떻게 모든 순간에 그렇게 가차 없을 수 있는지 같은 것도. 근데 살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도 종종 있잖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에서는 시거를 사이코 킬러라고 부르는데 나는 시거 같은 사람은…… 그냥 돌멩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
"돌멩이?"
"교회 주차장에 깔려 있는 자갈 같은 거 말이야. 뾰족뾰족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 그냥 그런 상태인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상태인 거야. 거기에 내가 넘어져서 긁히고 베여도 화를 내는 게 무의미한 거야. 내가 돌멩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무의미한 거고, 돌멩이가 내 감정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인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그냥 그런 인물이 되어 보고 싶어. 한 번 정도는 말이야.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 말이야. 행동의 의미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오히려 백 가지로도 천 가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그런 인물."
『유원, 백온유 (창비)』
내가 돌멩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무의미한 거고,
돌멩이가 내 감정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