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책이 되기까지

by 은섬

글을 계속 쓰고 있다고 해도 내 책을 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내가 재밌으면 됐지~ 하는 체념하는 글쓰기와 공모전에 입상해야 책을 낼 수 있을 텐데…. 하는 희박한 희망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회는 언제나 그렇듯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그 일등공신은 시민강좌에서 만난 글쓰기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써둔 글이 아까우니 책을 내보자고 마치 다음에 밥 한 끼나 하자는 듯 여상스럽게 제안하셨다. 그 제안에 내가 뜨악했던 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 나를 진정시킨 것은 선생님의 이력이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경험은 그저 믿고 따라가면 내 책이 나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 선생님은 바쁜 시간을 쪼개 책 출간하는 과정을 코치해주셨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소중한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해주신 이지현 소설가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게 접한 독립출판의 세계는 異 세계였다. 모르고 살 수도 있었고 모르고 살아도 아무 상관 없는 세계였지만 알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어쩜 그동안 다들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직접 책을 만들고 서로 소비하고 있었을까? 이런 걸 이제야 안 것이 조금 억울할 정도였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신 출판 계획서였다. 책 제목, 주제, 목적, 내용, 독자와 분위기 그리고 형태, 키워드가 적힌 1장짜리 문서였다. 첫 책의 경우 당연하게도 어떤 기획이 있던 게 아니라서 그간 써온 소설들은 제각각이었다. 거기서 제목을 뽑고 주제, 목적을 뽑으려니 막막했다.

나는 일단 좀 괜찮다 싶은 소설들을 막 주워 담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땐 욕심이 앞섰다. 그렇게 담은 소설이 무려 12개였다. 단편소설의 경우 책 1권에는 5~6편이 적당하고 한 사람이 쓰는 글엔 공통으로 흐르는 어떤 주제가 있기 마련이라는 선생님의 충고가 도움이 됐다.

그렇게 나는 6개의 소설을 골랐다. 모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초창기 내가 가장 쓰고 싶었던 장르였기 때문에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책의 내용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설 중에서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해도 됐지만 새로운 제목을 짓고 싶었다.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동하는 그런 제목을. 제목을 짓는 건 매번 어렵지만, 책 제목은 더 어려웠다. 평소처럼 요즘 책들은 어떤 제목을 달고 나오는지 둘러보며 고심했다.

로맨스 소설을 쓸 때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 ‘다정함’을 떠올리자 나머지는 조금 수월해졌다. 운 좋게 좋은 제목도 내게 와주었다. 내 책이 그나마 팔릴 수 있었던 건 초심자의 운에 더해 잘 지은 책 제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출판 계획서를 쓴 게 2022년 3월이었고, 책은 그해 11월 13일에 나왔다. 이미 써놓은 글이 있는데도 배워서 책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그저 내 노트북에서 자리를 차지하기만 할 소설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너의 다정이 나를 살리고’라는 이름을 단 단편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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