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이꺼 책 내지 뭐

by 은섬

염원하던 일이었지만 책을 냈다고 해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거나 갑자기 작가의 삶이 펼쳐지진 않았다. 혹시 내 책이 입소문을 타서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천지개벽, 경천지동 수준이었겠지만, 그건 그저 나의 꿈속으로~

책을 내고 주위에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 처음으로 책을 건넬 때는 사인을 해서 드렸는데(미리 연습했음) 지인은 이런 역사적인 순간은 남겨야 한다며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많은 지인이 자기 주위에서 책을 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몇 년간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많이 대견해들 하셨다.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도 되나 황송했지만, 그간의 노력에 대해 조금의 보답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계속 더 글을 쓸 에너지를 받았던 건 당연한 순서였다.

책을 내고 제일 많이 바뀐 게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마음가짐이다. 이제 나에겐 ‘책 한 권 내지 뭐’라는 배짱이 있다. 한 번 책을 출간해 보니 책을 내는 일이 되게 만만하게 느껴졌다. 이건 나만의 일은 아니었다. 함께 책을 낸 혜정 님도 똑같아서 우리의 상상력은 이미 책장 한 칸을 채울 만큼 많은 기획을 한 상태다.

사실 처음 배워서 한 일인지라 다시 해보려면 처음보단 덜해도 분명히 헤맬 테다. 적어도 5~6권은 만들어봐야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그 수고가 두렵게만 느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흥분과 설렘이 함께 피어난다. ‘처음이 어렵지, 두세 번은 쉽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처음 출간이어서 부족한 부분이 정말 많았다. 힘들어서 처음이란 핑계를 대고 살짝 눈 감은 적도 많다. 그 부분들을 새 책으로 다시 메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두서없이 쓴 이야기들을 골라 책을 엮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고 독자를 고려한 책을 기획하고 싶다. 퇴고나 디자인 면에서도 조금 더 만족스러운 책을 만들고 싶은 것. 제작자라면 으레 갖게 되는 욕심일 것이다.

이 에세이는 첫 책을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기획했다. 일찌감치 제목까지 딱 정해놓았는데 오랜 시간 도통 진척이 없었다. 글은 계속 썼지만 자꾸 쓰고 싶은 이야기만 손이 갔다. 이러다 1호 기획책은 요원하겠다 싶어 심기일전하고 마감일을 정했다. 그렇게 이번 가을 꾸역꾸역 써나갔다.

과거라면 언감생심 이런 마음을 품었을까? 잘난 척은 싫지만 이런 자신감은 환영이다. 이런 배짱과 허풍이라면 조금 더 부려봐도 좋을 것 같다. 그간 혼자 쓰는 것,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다. 이제는 글을 통해 타인에게 닿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구 힘이 나는 걸 보면 앞으로도 나는 계속 쓰는 사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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