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하와이 생태계(3)
하와이가 아니더라도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풀이 많으면 토끼가 많아지고 토끼가 많아지면 토끼를 잡아먹는 여우가 늘어나는 식으로 어디 가나 ‘상황에 붙어먹는’ 존재들이 생겨나 일종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중에서 먼저, 특히
비치와 공생하는, 그리고 아마도 와이키키에만 존재할지 모르는 부류를 소개하겠다.
1. Beachcomber
'비치코머'는, 주로 따뜻한 곳을 돌아다니며 노숙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글자 그대로, 금속탐지기를 가지고 바닷가 모래사장을 '빗질하듯' 보물(!)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말하기도 한다.
와이키키 비치에는 번갈아가며 세명정도의 비치코머가 보이는데, 해 질 녘부터 주로 파도가 미칠락 말락 한 부분을 따라 금속탐지기와 거름망을 들고 걸어 다닌다.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파도에 놀라 ‘펄쩍 뛰는’ 곳이다. ( 푹신한 소파를 털다 보면 동전이나 태고적에 흘린 오징어 다리 같은 것이 나오는 걸로 봐서는 사람들이 뭉개작거리는 곳에는 주머니에서 뭔가 빠져나오기 마련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히 와이키키 바닷가는 모래사장이 가파르게 깎이는 편이고, 파도가 영 미치지 않는 것 같다가도 한 번씩 쑥 들어오는 부분이 있어서, t사람들이 느긋하게 비치타월을 깔아놓고 태닝을 즐기며 드러누워있다가도 난데없이 파도벼락을 맞는 수가 있고, 그런 순간에 ‘귀중품’을 잘 잃는 모양이다.
일찍 나오는 사람은 아무래도 일찍이라 이득이 있고, 늦게 나오는 사람은 또 사람들이 대개 돌아가고 난 뒤라 더 많은 영역을 훑을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녁 늦게 나오는 사람은 이마에 등을 달고 다녀서 마치 심해어 같기도 하다.
이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보는 건 제법 재미있는데, 뭐 그렇게 매일같이 주울 영양가 있는(?) 게 있겠나 싶지만 곧잘 멈춰 서서 쇠망이 달린 삽으로 뒤적뒤적하곤 뭔가를 쓱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가끔 quater정도는 주워도 너그럽게도 구경하는 아이들에게 주기도 하는데,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걸 엿들은 바에 의하면, 그저 운동삼아 하는 거긴 하지만 며칠 전에도 3/4 karat 정도의 diamond가 박힌 금목걸이를 주웠다고, 하지만 기계값이 1700불 들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 미치광이 일론 머스크를 믿는 것보다는 안전할 듯하다)
얼핏 불로소득 같아도 초기투자(!) 비용도 들어가고 예상되는 잇권다툼(!!) 등 뭐든 쉬운 게 있겠냐만, 그래도 이왕 애쓰시는 거 돈만 그저 잔뜩 줍지 누군가의 큰 상실을 줍는 건 아니었으면 바라보는 물건 잘 잃어버리는, 근 석 달을 잘 들고 다니던 아끼는 부채를 기어이 마지막 날 기어나가서 어디론가 잃고 만 자의 소심함.
2. 하와이 전통 차림을 하거나, 멋진엄청나게시끄러운 앵무새 ( 우연히 한번씩 괴 비명소리에 놀라곤곤해서 우리 숙소 근처에 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을 정도다. 석 달 동안 별 말은 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즈이들끼리 쌈박질은 많이 하더라 )를 들고 나와 같이 사진을 찍어주며 돈 받는 사람, (하와이안 전통복장의 사람 사진이 없는 이유는, '돈 받는 사람'이라는 문장에 주목하시오.)
3. 그 근방의 bush와 닮은 옷차림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놀라게 하고 (내가 매우 싫어하는 부류의 장난) 그걸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섰다가 누가 당하면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에게(내가 똑같이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 돈을 받는 사람.
그러나 이를 위해 오래 웅크리고 있어야 하니 나름 관절 등 직업병(?)도 있을 것 같다,
만 아무튼 사람은 왜 놀라면 웃는 것일까. 어색해서 그런 거라기엔 너무나 민폐다. 재미없다고 진짜!
4. 어두워지면 와이키키의 거리에 가로등처럼 켜져 있는 휏불을 밝히러 다니는 사람.
처음에는, 언제나 바람이 제법 부는데도 휏불들이 안전하게 켜져 있는 것을 보며, 아마도 가스등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을 뿐이었는데 이 사람을 보고 나서야, 아, 휏불은 어디 한 군데 스위치가 있는 게 아니겠구나! 비로소 생각했었다. ( 알래스카의 거리에도 휏불 가로등을 들이는 법안을 추진하고 싶지만 홈리스들이 그 주변에서 불 쬐면서 자려나..)
마치 오래전 영국의 가스등처럼 불을 켜고 다니는 이 사람은 제법 빨라서 겨우 사진을 몇 장 찍는 데 성공했다.
그 밖에 일반 관광지에서 종종 발견되는 부류들
1. 동상 행세를 하며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 : 내가 본 중 가장 그럴싸한 동상은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 안의 석고상이었는데 현재 와이키키에 있는 분은 그닥..죄송합니다만 지금이 직업전환의 적기가 아닐지요 슨상님.
2. 캐리커처 그려주는 사람 : 이제는 얼굴은 물론이고 손도 포샵을 해야 할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나의 희망이 무엇인가 안 그래도 나이 들 수록 점점 못생겨질 뿐인 타인의 얼굴을 그릴 때는 무조건 예쁘게 그려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대개의 캐리커처는 특징을 잡는답시고 단점을 부각(!)할 뿐 아니라 특히 동양인이면 동양인의 외모에 대한 선입견( 무슨 말인지 알쥬?) 이 들어가기 때문에 길거리 화가는 더욱 별로다. 차라리 내가 그리고 말지.
3. 전단지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현지 가이드들
4. 그리고 물론 노래하거나 마술쇼를 선보이는 사람들. ( 에드 쉬런도 원래 이런 식으로 길모퉁이에서 노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지만 내가 있는 기간 동안 아쉽게도 제2의 에드 쉬런은 발견하지 못했다)
관광객을 노리고 모여드는 이들이 때로는 좀 얄밉다가도, 특히 판데믹에 완전히 섬을 닫는 것으로 대처한 하와이에 이 북적이는 비치가 텅 비었었을 생각을 하면 문득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세상이 정상적으로 (?) 잘 돌아간다는 사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동시에, 앞서 하와이의 생태계 동물 편에서 말했듯이 하와이의 바다에는 오일과 선블락을 바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개가 없는 걸 생각하면 역시 나 포함 인간은 참 영양가 없는 생물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현재 지구온난화와 인간의 여러 가지 횡포로 산호초는 많이 파괴되어가고 있고, 산호초가 죽으면 산호초가 보호하고 있는 각종 생명도 같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렇게 어울렁 더울렁 사는 존재임이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조개가 정말 '하나도 없다'라고 까지 생각했었는데, 우리 있는 동안 아이가 열흘 합류했을 때 새끼손톱만 한 것을 하나 주워주어서, 있긴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으로 저녁마다 모래를 박박 기어 다니며 찾았더니 작은 샘플 사이즈 보드카 병하나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모을 수 있었고, 그 안에는 어느 하루 그 근방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마찬가지로 작은 조개껍질을 쑥 내밀며 '가질래?'하고 물어서 감사히 받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매일 나와 조개를 찾아 헤매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친절은 아무리 (글자 그대로) 작아도 소중하다.
그러니까 모쪼록 다들 열심히 최대한으로 그 생태계에서는 선전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나의 캐리커처를 위해서는 귀 달린 고호처럼 조용히 거울과 연필을 꺼내든다)
#한달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