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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은 연못 Sep 23. 2023

하와이의 동물 이야기

9) 하와이 생태계(2)

사람 머리 굴러가는 게 참 우습다.

어느 날 아침, 마치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라도 잡은 홈즈처럼 문득, 아 그게 이상했어! 하면서 깬 것이다.


와이키키는 바닷가인데도 갈매기가 안 보여!


그래서 찾아보니, 북 하와이 섬들에 (와이키키는 오아후 섬의 남쪽) '일종의 갈매기'는 있는데 '그 갈매기'는 실제로 없단다. 갈매기는 육지가 있어야 하는 애들이라 이 너머까지 바다를 넘어 못 온다나?? 그래서 하와이의 바닷가에는 끼룩끼룩이 없다. 

심지어 우리 내륙 알래스카에도,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를 따라온 갈매기가 다니(?)길래 나는 모든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있는 줄 알았다니. 인간, 이렇게 길게 살고도 참 짧다.


그럼 하와이에는 대체 무슨 새가 있냐고?

형형색색의 이국적인 새들이 이국적인 열대식물들을 넘나들 것 같지만 시시하게도 뻔한 참새 하고, 일반(?) 비둘기와 zebra dove라는 얼핏 까투리같이 생긴 별로 안 예쁜 회색의 새들 역시 '얼룩말 비둘기'라는 이름값을 하고 있다. (많고, 시끄럽고, 길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말). 

하와이의 참새들은 상점이나 레스토랑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가까이 와서 과자 부스러기를 얻어가는 등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알래스카에는 그 흔한 참새가 없다 보니 나는 참새도 반갑더라만.


그리고, 뜻밖에(?!?) 막상 보면 놀라운 것 : 플로리다에서도 그렇더니 너무나 선명한 색이 아름다운 엄청나게 잘생긴 야생닭들이 길을 활보한다. 우렁찬 닭 우는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한다.

한 밤 중에. (알고 보니 통념과 달리 수탉은 아침에만 우는 게 아니라고 한다...)

아니 닭도 새인데 왜 이렇게 나다니는 게 이상하냐고. 

물론 아쉽게도 한방 토종닭집 같은 건 없다.


그래도, 가끔 신기하게 생긴 새들이 보이고, 더운 지방은 이무래도 사람들이 느긋하니 뭐든 좀 느린 경향이 있는데 새들도 그래서 그런지 사진 찍기도 용이했다. 

추운 곳은 살이가 각박해서(?) 동물들이 더 기민하다고들 하긴 한다. 나와 같이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동물의 모임 멤버 중 하나인 알래스카의 갈까마귀는 얼핏 느긋한 척 노닐다가도 사진 찍으려고 폰을 살짝 꺼내기만 하면 귀신같이 척 알고 푸득푸득 날아가버려서 십 년이 넘도록 살아도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모든 하와이 새를 기록할 수는 없지만 내가 직접, 자주 본 새들만 소개해보도록 하자.


Cattle Egret


어째 인상착의, 아니 조상착의가 낯이 익다 했더니 플로리다 갔을 때도 만난 분이다. Cattle소 때에 붙는 black fly 흡혈 파리를 잘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흡혈충의 피해가 큰 하와이의 소들을 살찌우려고 플로리다에서 들여왔는데! (drum roll, please) 

시키는 짓은 안 하고 토종새들의 둥지를 해해서 이제는 즈이들이 해충, 아니 해조(!)가 되었단다.

인간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Red Crested cardinal  붉은 가슴 카디날


몸 전체가 빨간 애들은 Northern Cardinal이고 하와이에서 보이는 아이들은  Red Crested cardinal 혹은 Brazillian Cardinal이란다.

남쪽으로 오면서 몸에서만 빨강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흠.

제법 자주 보이는 이 녀석들은 빨강도 매우 강렬하고 예쁜 빨강인 아이들이 있고 좀 칙칙한 오렌지색인 아이들이 있는데, 검색해 보니 남녀 차이는 아니고 인간이 머릿색이 다른 것 같은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이 아이들은 일처일부제이고 한번 맺으면 조생 끝까지 간다고 한다.


Common Myna


똘똘하게 생긴 것이 매우 시끄러운 녀석이다. 알래스카도 아침에 로빈이나 갈까마귀, 혹은 치카디 같은 새들의 노래에 잠을 깨는 일은 흔하지만, 그대가 하와이에서 아침에 새의 비명(?) 소리에 깬다면 이 녀석의 소행일 경우의 수가 높다.

이 녀석 역시 악명 높은 유입종 invasive species이라고 한다. 어디선가 인도 이야기에서 미나새에 대한 글귀를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미워 마땅한 그러나 귀여운 새들을 보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새는 쓸데없이(?) 귀엽게 생겼다는 것. 고양이는 귀여워서 돌봄을 받기 좋게 진화했다고나 하지 새들은 대개 저들끼리 놀다 마니까 말이다.


Warbling white eye


이름이 '지저귀는 하얀 눈'이라니 정말 귀여운 이름이 붙은 진짜 귀여운 새. 

연두색의 새가 옥토퍼스 나무에 앉아 열심히 꿀을 먹고 있는 걸 보았는데, 새 자체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는 얼굴(?)에도 유난히 눈이 동그랗게 커 보여서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았더니 눈 주변에 하얀 부분이 있어서 눈이 더 잘 보이는 것이었다. 눈이 커 보이면 살아남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일까. 마치 안경을 쓰기라도 한 듯 정말 귀여운 새.


common waxbill


머리가 검고 짧은 부리 가에 붉은 기운이 도는, 내 눈에는 매우 '드물게' 예쁜 녀석인데, 이름에 '평범한' '흔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다니 조금 서운한 오늘의 감정난입. 

아니, 외계인이 와서 제멋대로 인간을 '흔한 호모 사피엔스'이라고 이름 붙이면 누구라도 입이 나오지 않겠느냐구. 


Java sparrow 혹은 padda


얼핏 alalska의 puffin을 닮은 깜찍한 아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기를 잘하고, 나무 위가 아니라 주로 바닥에서 발견되는 걸 보면 벌레를 잡아먹고사는 모양이다.

파다는 파닥파닥 날아가하지마



Hawaii Black Crab - a'ama 아'아마

방파제 같은 곳에서 더러 보이는 작은 이 깜장 게는 Hawaii Black Crab으로 바윗게라고도 하고 하와이어로는 A'ama라고 한다.       

검은 화산 바위에 보호색으로 검정인데 내 눈에는 별로 살도 없고 맛없게(?) 생겨서 이름이 '맛없 게'라고 해도 믿겠고만 원주민들을 주로 날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하와이안 게장?),

는 건 놔두고 아‘아마라는 이름을 기억해두려고 한다.


영어는 모든 모음이 두루뭉술 넘어가는데 자신들의 제대로 된 발음 표현하려고 Hawai’i(w는 v발음이 나서 전체 발음이 이에 가까운데, ‘바’를 강세로 약간 띄웠다 ‘이’에 떨어뜨린다)어로 apostrophe 쓰는 거 기발해서 좋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이름은 아~마가 아니고 아‘아마.


한국어는 두자 이상의 이름은 사실 붙여 부르는 데도 대개 영문 단어로 띄어서 여권을 발급해 줘서 사람들 졸지에 첫 글자가 middle name이 되는 수가 많아서 나도 영주권을 받을 때서야 이름을 제대로 붙여 수정했었고,  외국인들이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 이름의 ’ 떨어졌으되 붙은 ‘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령, 순이 Soon’i, 지혜 Ji’hye같이 표기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무튼, 아‘아마, 잡아 먹히지 말고 깜장바위에 까맣게 잘 숨어 있어!


Moon jelly fish


비치에서 mauka’ 산 쪽’으로 크게 두 블락 정도 들어오면 있는 알라와이 운하 Ala Wai canal에 자주 보이는 Moon jelly fish. 둥그런 달 안에 둥근달이 네 개 더 떠있는 게 특징으로 예쁘고 모양과 걸맞은 이름이다. 러시아어로 해파리는 медуза 메두사라고 하는데 스페니쉬로는 Aguaviva(살아있는 물)이라고도 한다고 좋아하는 분이 알려주셨다.

이 운하는 숙소에서 가까워서 주로 해지고 난 뒤 산책을 자주 나가곤 했는데 ( 운하가 동서로 나 있고 주변에 그늘이 많이 없어서 이 쪽 길은 낮에 다니기는 힘들어서 아침저녁으로 조깅하는 분들이 많다 ) 하와이 운하는 운송을 위한 것이 아니라 1928년 습지의 물을 빼내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바로 이 운하로 인해 현 와이키키 지역이 생겨났고, 이 운하의 물은 바다로 빠져나가는 운하라서 바다와 만나는 부분이 있지만 바닷물에서 사는 이 해파리가 여기서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볼과 몇 년 전으로, 이 역시 지구 환경변화와도 상관이 있다고 추정되는 모양이다.


* 달해 파리는 악명 높은 box jellyfish와 달리 발이 짧고 쏘여도 기껏해야 벌에 쏘인 정도(?!)라고 두려워할 것 없다지만, 어머 저는 벌이 아니라 모기도 싫은걸요.


조개


와이키키 비치에는 잡아먹을 조개는커녕 주울 조개껍질도 거의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 강릉에서는 파도 타고 놀다가도 발가락으로 굵직한 모시조개를 쉽게 잡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와이키키에서는 열심히 기어 다녀야 겨우 새끼손톱만 한 작은 '껍질'들을 주울 수가 있을 뿐이다.  케롤린에게 물었더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블락을 바르고 물에서 놀아대니 그런 것들이 자랄 여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와이키키에서는 조개껍질을 기념품으로 가지고 싶으면 ABC 스토어에서 '사야' 한다. 




Gold dust day gecko

나이 들어 눈이 안 좋아지면서 하도 어른어른 헛것(?)이 잘 보여서 소파에서 책 보다가 맞은편 벽 왼편 눈가로 뭔가 어른하기에 건조증 눈을 한번 굴렸는데, 벽에


어엇! 도마뱀이다!


추운 데서만 20여 년을 살아서 말로만 듣던 열대지방의 생명체를 만나면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녀석이 제법 귀여워서 일단 컨테이너에 살짝 들어가게 해 놓고 (집안 어디론가 숨어버리면 곤란하다) 한 번씩 산소 넣어드리다가, 에코 퇴근하고 보여 준 다음에 발코니에 방생했다.


쫄깃하니 젤리같이 맛있게생겼는데 새끼손가락만 한 녀석이 가만 보면 발이 다 졸망졸망하니 완벽해서 내가 낳은 새끼처럼 그냥 너무나 신통방통!

뚜껑을 열자 나와서도 머뭇머뭇하다가, 눈 깜빡하는 새에 (그냥 하는 표현이 아니고 뚫어져라 보고 있었는데 진짜 눈을 깜빡했다) 꼬리를 파박 치면서 난간 너머로 튀어 사라져 버렸다.


이날부터 숙소의 정원에서 자주 마주쳤고, 그럴 때마다 서운하게 지레 달아나거나 하지 않고 둥그런 눈으로 얼핏 고개를 돌려 씩 반갑게 웃어주기도 하던 (틀림없대두! 아니라는 증거 있소?) 이 녀석은 마다가스카르가 고향이라고 한다. 하와이에는 토종 도마뱀은 없다고 한다. 하와이는 유입되는 뱀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유입된 종이 역사적으로 특별히 좋은 일을 한 경우는 없으니 이쯤으로 조용히 잘 살기 바란다.  


Mexican cave anole.


뮤지엄 마당에서 딱 한번 만났는데 밑의 붉은 주머니가 불룩 불룩한다. 


가끔 문명의 이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조금은 두렵다' 답할 만큼 사실 나는 (뭐든 더디어진 이제는) '뒤따라가는' 타입이긴 하지만, 꽃이나 동물 이름 검색 돠는 건, 책 읽다가 소스나 음악이나 노래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참 좋다.





인간이 만든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 동식물들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라 무섭다.

우리가 있는 Oahu 섬은 그럭저럭 무탈하게 지나갔는데, 이번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오래전 이틀 묵었던 Maui의 Outrigger Kāʻanapali Beach Resort 도 다행히 불타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화재의 중심에 놓였던 모양이다. 한국의 카눈처럼 비가 너무 와도 문제고, 이번처럼 태풍 도라의 영향으로 메마른 바람이 몰아쳐 가뭄으로 메마른 나무들이 비벼져 나는 화재도 문제다.


비치가 조금씩 먹어 들어와 이제는 바로 담 밖에 바다가 넘실대는 주택가를 둘러보고 나니, 옛날에 New Orleans를 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 둑이 무너져 큰 홍수가 나서 많은 것이 변했던 생각도 났다. 알래스카에는 global warming으로 빙하가 점점 줄어드는 표식이 연도별로 보이는 빙하 공원이 있다.


살아있는 건 그대로 다 아름답고 완벽한데, 

거기에 인간도 들어갈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to be continued...









#한달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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