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장소, 국적까지 불문
하고 싶은 이유를 찾는 것보다, 하기 싫을 때의 핑계를 찾는 게 훨씬 쉽지 않나요?
학생 때는 달콤한 아침잠에서 깨는 게 싫어서, '바닥이 아직 이렇게 따듯하고, 10분 더 누워있다가 1.5배로 서두르면 된다.'는 핑계를 마음속으로 되뇌며 눈 뜨기를 미뤘었습니다. 습관은 무서워서, 어른이 된 지금도 아침 알람은 10분 간격으로 두세 개를 맞춰놓고 있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무조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건 쉬운 일인가요? 걸어서 10분이면 출근할 수 있었던 군부대 독신숙소에서도,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과 조금 더 미루고 싶은 일, 상대하기 싫은 상사에 대한 회피 계획 등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우당탕탕 굴러다녀서 굼뜬 출근길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고는 했습니다.
취업 후, 월요병의 이유는 더 분명해졌습니다. 지방에서 근무하며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오는 생활을 하다 보니, 월요일에는 새벽같이 영등포 역으로 가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 했습니다. 후천적 체질로 아침잠이 많았던 저는, 일요일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부터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월요일 아침을 향한 잠들기를 거부하고, 또 밀어냈습니다.
주중에는 직장 내 알력 다툼에 엮이거나, 풀리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고 좀처럼 출구가 안 보이는 일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졌고, 주말에 서울에 올라와서도 계속 마음속 지분 일부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골칫거리들 때문에 일요일 밤은, 눈은 감고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었고 다음날 아침 기차 안에서 겨우 쪽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직장에서도 고압적인 상사들 때문에 숨 막히는 사무실 분위기가 너무 싫었는데, 매주 월요일에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이 다 같이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을 청소하는 그들의 룰이 있었습니다. 단 5분을 늦어도 혀를 차며 눈치를 주던 그때를 떠올리니 지금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한동안 제 담당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재활용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조금 늦게 출근해도 문제가 없을 일이었는데 말이지요.
똑같지는 않더라도 제가 경험한 월요병을 다들 경험해보셨으리라고 봅니다. 생활 패턴이 변화한다고 사라질 병이 아닐 거예요.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해도, 당분간 편하겠지만 어느새 '월요병'은 다른 이름으로 또 찾아올 겁니다. 피할 수는 없는데, 즐기는 건 말도 안 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는 몇 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통해 체득한 팁은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변인을 두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학창 시절 아무리 친했던 친구도, 몇 개월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만 늘어놓다 질리는 일이 많습니다. 이때, 십중팔구 이야기의 주제는 둘 사이의 교집합(=옛날이야기)으로 수렴하고 추억을 안주삼아 술 한 잔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지만,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직장생활에서 만난 또래 직원이나 부서는 다르지만 바로 윗 직급 정도의 상급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 같이 서 있는 '누군가'로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험담'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화제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그들의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조직 내의 효과적인(=높은 효율, 확률의) 처세라던지, 조심해야 할 관계들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면 막연하게 걱정만 하며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의 고민들이 조금 희석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관계를 막론하고 '선'을 잘 그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서로 합의하지는 않더라도 나 스스로 '넘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선을 잘 그어두고, 자칫 내 말 한마디로 직장 내 생활이 많이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피곤하네요..
오늘 만화에서는, 국적 불문의 '월요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말의 끝을 알려주던 '개그콘서트 엔딩송'처럼,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진짜 주말이 끝났다고 실감하는 일본의 문화를 접하고 보니, 사람은 다 똑같나 봅니다.
1969년부터 시작되어, 2019년에 50주년을 맞이한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 들러보세요.
http://www.sazaesan.jp/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