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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일본어 7 : その気になれば

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

by 창빈






동양 한자문화권에서 気(기)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 중요한 글자입니다.


몸에서 샘솟는 '기운'이나 형체를 가지지 않는 무언가가 향하는 '방향'을 말할 때도 사용합니다. 스마트폰 등의 무선통신 단말기에 새겨진 'qi'(전자기 유도를 통한 전력 전송의 표준 규격 / 세계 무선충전협회 WPC)가 중국어로 気를 읽는 발음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치'라고 읽습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참 많이 들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만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문제의 원인이 무조건 나에게 있다는 사고방식은 언제나 건전한 걸까요?


저는 2000년대 초반에 육군 장교로 임관하기 위해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간의 나태한 생활을 버리고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군 장학생(*주1)'이 되기 위해 받았던 체력검정에서 1.5km 달리기 낙제점을 받고도 결국 입대하고 임관하였던 제가 신기합니다. (몇 번의 유예 후에, 자취생활을 하며 인근의 하천변 러닝 구간에서 고된 연습을 거쳐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운동의 기쁨을 잘 모르는데, 그 시절에는 더 심했습니다. 얇고 통풍이 잘 되는 운동복, 날개같이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모든 조건이 내게 우호적인 상황에서도 잘 달리지 못하는 제게, 달리기는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경상북도 영천의 군사교육 시설에서는 4개월 내내 매일 오전, 오후에 한 번씩 울타리를 따라 교내를 한 바퀴 도는 구보 일과가 함께했습니다. 물론 저는 가장 뒷 그룹에서도 맨 뒤에서 숨이 차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끙끙대며 마지못해 달렸고, 많이 혼났습니다. (즐거운 순간을 통해 '재미'를 찾으라는 요새 취지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케이스네요.)


아무리 마음을 다르게 먹으려 해 봐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를 않았고, 실제 임관 후에도 체력검정은 매번 턱걸이 었습니다. 우연히도 비슷한 조건을 가진 전우들이 140여 명 한 군데 모여있었는데 우리 중대는 임관 후보생 총 7개 중대 중에서 운동을 가장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중대 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매번 지기 일쑤였지요.


고향 떠나 경상북도 외진 훈련장에서 4개월 생활하다 보면, 밤공기에 감기가 걸리기도 하고 넘어져 다치기도 하는데 매일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의무대에 가야 하는(= 가고자 하는) 후보생들이 모여서 함께 이동했습니다. 중대 건물 앞으로 모인 환자들은 대개 코를 훌쩍이는 감기환자들이었는데, 매정하게 우리를 다그치던 훈육장교의 한 마디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 마음의 병이야 이놈들아. 마음의 병이라고.



진짜 아픈데.. 마음을 다잡으면 낫는 병이라니 참 매정하게 들렸습니다.


낫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없는 것과, 병의 원인이 마음에 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말 아닌가요? 물론, 당시에는 어리광 부리듯 코를 훌쩍대며 '오늘 오후 달리기 한 번 패싱 할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그날만 잘 넘겼으면 하는 원초적인 욕구만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는 '스스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부족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이다.'라는 말을 저렇게 매정하게 던지셨던 게 아닌가 돌아봅니다.


입소 때는 쓸데없이 양보를 잘해서 줄을 늦게 선 결과, 내 발보다 큰 군화와 군복을 받고 어정쩡한 상태로 나를 가혹한 환경에 내던졌습니다. 그러지 말고 조금 더 주도적으로 묻고 확인해서, 스스로를 잘 살피는 어른이 되어야 했었나 봅니다. 몇 개월 후 임관을 하고 나서는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수십 명까지 동년배 부하들과 함께 지내며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요.


얄궂게도 군생활을 하면서 부하들에게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는 했습니다. 아픈 건 네 마음 탓이라고. 딱딱한 군율과 계급이 전부인 군대에서라도 조금 더 따뜻한 한 마디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냥 젊고 얕았던 제 생각의 깊이를 반성하며, 잠시 제 후회를 함께해주신 독자분들의 안녕을 바라봅니다.



*주1 군 장학생 제도

육/해/공군의 장교 사관후보생 선발제도의 한 유형으로서, 대학교 1학년 또는 2학년에 지원이 가능함. 정식 선발 시, 합격한 시기 이후의 학비 정액을 국방부에서 지급하게 되고 졸업 후에는 각 군에서 정하는 소정의 군사훈련을 수료한 후에 장교로 임관.


'학사장교'로 분류되며, 기본적인 의무복무 기간은 3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군 장학생 제도를 통해 임관한 장교들은 실제 장학금을 받았던 기간이 의무복무에 추가됨. (예/ 1학년에 선발 = 기본 3년 + 장학금 수령기간 4년)


2000년 초반에는 지원하는 학비의 상한이 없어, 문과계열 전공자는 이공계 및 예체능계열 합격자 대비 실제 수령하는 장학금 액수가 매우 적었고, 후일 이 사실을 알고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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