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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일본어 5 : 空気読み(くうきよみ)

'무드'의 귀여움을 일본어에서 보다

by 창빈





뭔 말인 줄 알지?





중요하다는 표현보다는 말 그대로 '공기(空気)'와 같아서, 항상 그 안에 있다고 보는 게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출근하면 팀장님께 인사드리며, 안색을 살피고 말투가 어떤지를 들어 그날의 심기를 파악합니다.


기껏 맛집을 예약해서 즐겁게 식사하고 있는데, 테이블 건너편 연인의 얼굴이 어둡고 말을 건넬 때마다 되레 화를 냅니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뭔가 이상한 이 날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시방석으로 느껴집니다.


우리 말로는 분위기 파악이라고 쓰지만, 본래 한자어로 '雰囲気'라고 씁니다.

雰 : 눈 날릴 분

囲 : 에워쌀 위

気 : 기운 기

세 글자를 합쳐보면, '짙눈개비같이 흩날리는 눈발이 주변을 둘러싼 듯 한 기운'이라는 형상으로 눈앞에 이미지가 그려질 듯합니다.


일본어에서는 분위기(雰囲気/ふんいき)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 '공기'라는 단어를 분위기를 대신하여 사용하는 것이 이해는 물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내기도 편해서 좋습니다. 그 상황을 둘러싼 공기가 상쾌하거나 때로는 무겁고 뜨거워지기도 하며, 반대로 차갑게 식기도 합니다.


적고 보니 인간이 스스로 분위기 파악을 하는 것은 선천적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능력이라고 보아야 맞겠어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공했던 기억을 실적으로 쌓아가며 개인의 경험치를 높여가는 것은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뭐든 '적당한'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적당함'의 정의가 참 어렵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은 다 다르니까요.

문유석 작가가 쓰신 '최소한의 선의'라는 책 프롤로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다. 독일의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의 말이다. 법은 도덕을 기초로 형성된 것이지만 도덕과 달리 강제력을 가지기에 법의 규율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도덕'보다는 '선의'라는 말이 좋다. 이렇게나 서로 다른 인간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것만큼은 꼭 지키자고 약속한 최소한의 선의, 그것이 법 아닐까.


제 생각은 또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도덕'도 '선의'도 좋지만, 그보다 더 앞서 '오해 없는 대화'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로 속에 꿍-한 상태로 째려보며, 그 공간의 공기를 탁하게 어지럽힐게 아니라 조금만 더 원하는 바를 솔직히 이야기하는 관계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매우 어렵고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요.


오늘도 초저녁부터 대부분의 뉴스 지분을 점하는 소식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서로 탓하며 자신의 옮음을 주장하기 바쁜 후보들의 설전과, 끝내 참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겨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조장하는 이념의 대립이 그것이었습니다.


부디 조금씩만 더 서로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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