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어를 놓지 않는 방법
대학에서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6년 동안의 군생활을 마치고 취준생 시기를 눈앞에 두어서야,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학하며 부모님께 들었던 충고가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문과는 천재 아니면 바보만 가는데야, 이과를 선택해라.
아버지 당신도 육군 사관학교에서 기계과를 졸업하시고는, 군 생활중에 독방에 갇히다시피 하며 영어공부를 하고 미국에 다녀오신 결과로 제2의 사회생활이 영어능력을 높이 평가한 대사관이었다는 경험을 하셔서인지 이제야 겨우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합니다.
그래서 그 말에 속아 '이과'로 진학했지만, 수포자 아들은 고3 여름에 '문과'로 전향했고 일본어를 전공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천재는 아니지만 꾸준히 일본어를 쫒고 있고, 바보처럼 성과가 불분명한 만화를 1년 넘게 연재하고 있어요.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걸어오던 길, 세상은 치열하게 '흑백논리', '세대갈등'을 주장해왔다. 여성과 남성, 집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기업과 근로자 등등 여러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도록 조장한 것이 결국 사상 초유의 '비호감 지수'를 선거에 등장시켰다.
대통령 선거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경험한 나쁜 선례가 있기 전부터, 나는 '세대'를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에 거북함을 느꼈다.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하지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때로는 스마트폰 화면의 영상이나 뉴스 속 사진에서 보는 몰상식한 행위들을 보고 나면 입 밖으로만 내지 못했을 뿐, 혐오의 감정이 문장이 되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그들을 그룹으로 묶어 일반화하기는 싫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10여 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허리'가 될 젊은 세대의 차이는 분명하다.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쑥스럽고 스스로 철저히 부정해 온 세대론을 슬쩍 끼워 넣어 보자면, 나 역시 아슬아슬하게 MZ세대로 분류된다. 회사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소위 '기성세대 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매번 추구하는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즐겁다.
특히 요새 걱정인 것은, 이대로 좋을까?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인데 직장생활을 다루는 에세이에서 더러 볼 수 있는 유명한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기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상사들의 모습이 본인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솔직하게 달갑지는 않다. 한 때는 나와 같이 '이건 아니라'며 조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선배들마저 그 자리에 올라서면 옅은 위화감을 느낄 정도.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 생각한다.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내게 던져진 불쾌한 감정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감정 말고 머리와 손발로 결과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가에 집중하자고. 우리는 가족이 아닌 직장 동료이자, 선배/후배 관계이고, 일로 서로를 증명하면 된다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목적'.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분명하게 하기. 설령 마지막까지 가 보고는 '이 산이 아니었나 보다.' 할지라도, 함께 계획하는 그 순간에는 목표를 공유하고 동의를 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든든한 팀 구성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부하직원을 편하게, 내 머리는 항상 팽팽 움직이게.
구구절절 일상의 불만을 토해내고 말았다. 만화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한다. 장차 내 이름이 저자로 적인 책 한 권을 출판하는 것. 강릉살이를 하고 있는 지인이 그런다, 독립출판은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출판사에 꾸준히 원고를 제안하고 있다고.
언제까지 어떻게 하자는 과정에 대한 중간 목표가 허술한 나를 돌아보고, 조금 더 촘촘히 여정을 계획하기로 한다. 앞으로 1년, 2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