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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Mar 14. 2022

방구석 일본어 11 : 肉付け(살을 붙이다)

보고서 잘 쓰는 법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면,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는 생각에 들떴습니다. 만화는 재미있게 보고 다녀가시는지, 제 마음대로 이야기 속에 녹여내어 드리는 일본어는 도움이 되시는지 등등 궁금한 게 많은데 브런치는 물론이고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명확한 피드백을 받은 기억이 없어서 아직도 스스로 안갯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발, 댓글/피드백 도움!!)


오늘 만화에서는 빈짱이 몇 번씩 보고서를 고치며 괴로워하지만, 사실 저는 자료나 보고서를 만들며 많은 지적을 받지 않는 편입니다. 상사 복일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보고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지난날들을 돌아봅니다.


파워포인트의 하얀 화면은 도형과 그림을 위해 존재하며, 글자가 들어가는 것은 되도록 줄이고 꼭 필요한 표현에는 하이라이팅 하기. 군대에서 밤을 새우는 당직근무를 하며, 잘 만들어진(후에 회상하기로 썩 멋지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체계가 있었던) 파워포인트 자료 위에 다음날 아침의 보고자료를 만들었던 덕분에 전달하는 요령을 몸에 익힐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문화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터를 통해 확대된 화면 한가득, 한자와 히라가나/가타카나가 가득한 상황을 상상하면 가슴이 턱턱 막혀요. 다 읽으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우리말이어도 화면 한가득 써 내려간 문장들은 짧은 시간에 소화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보고서를 만드는 '방법'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보고의 타이밍! 


팀장님이 외출하실 때, 아침 출근해서 인사드릴 때 점심 식사하면서 등등. 회사에서 직장 상사와 일 이야기 말고 다른 잡담을 하는 게 영 어색할뿐더러, 제게는 남들이 흥미를 가질법한 재미있는 화젯거리도 많이 없습니다. 차라리 같은 주제로서의 '일'을 다루는 것이 훨씬 가벼운 분위기에서 편하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처음 지시를 받았을 때,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무한 수정의 굴레에 빠지지 않는 노하우인데 대개 상사도 처음부터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한편, 첨삭은 잘하셔서 빨간 펜으로 슥슥 수정하며 지도할 수 있는 '제물'이 있으면 피드백도 더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직장생활의 큰 배움이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만든 자료가 한 번에 합격 할리는 만무하니, 수정 회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첫 중간보고에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적어서 보고하는 겁니다. 그리고 몇 번의 수정보고를 하며, 상사와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이 부분에는 사례를 조금 더 추가할까요?"라던지, "수치로 보이는 실적을 보기 좋게 넣어보겠습니다."라던지,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당할지라도 선택지들을 하나씩 제쳐두는 마음으로 임하다 보면, 완성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집니다.


보고서는 문서로 하는 대화가 아닐까요?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화려한 언변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을 얼마나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보고받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몇 장의 보고서 안에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는 것. 경험과 연습만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미련하지만 확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또는 집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보고서를 수정하고 계실 당신께 응원을 보냅니다. 이 경험들이 장차 당신을 '좋은 리더'로 만들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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