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Mar 15. 2022

방구석 일본어 12 : 마음의 언어

일본어도 버벅대던 나를






외국어를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편하게 말하고 듣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욕만으로는 외국어를 공부할 수 없고, 하려는 의지도 어찌 보면 '환경'에 따라 더 불이 붙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영어 공부에는 크게 실패한 사람입니다. 덕분에(?) 일본어로 도망칠 수 있었고, 이제는 밥벌이를 할 정도로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말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겠지만, 이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정도로는 성장했다고 자평해봅니다.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이유는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시험으로만 영어를 접했던 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영어 시험은 잘 보는데, 말은 안 나오고 집에 가서 이불을 발로 차대며 못한 말을 되뇌던 시절이 지금도 답답하네요. (전역 전에 몇 달을 연달아 토익 시험을 응시했더니 꽤나 고득점을 받았을 정도로, 글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정말요.)


그런데 영어가 무서워서 도망쳤던 일본어라는 세상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만화에 게임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구어(口語) 활용에 적합한 드라마나 영화까지. 많이 보고, 듣고 또 따라 하면서 입안에서 자주 굴려보니 근거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밥벌이' 수단으로 일본어를 활용해왔는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렇게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 겁니다. 말하는 게 즐거웠거든요. 특히, 직장생활을 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전문용어들을 익히면서 '다음에 만나면 꼭 이 단어를 써서 한 마디 건네야지.' 하는 욕심이 생기니 내내 일본어 생각만 하면서 보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이 붙는 시기에 기름을 부어주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마음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상대가 자국의 언어로 말을 걸어준다는 것을 '최고의 존경'으로 알고 나를 대해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가 기뻐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나 사전에 실리지 않는 그들의 언어로 제게 말을 건넨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공통분모인 '일본어'를 사용하면, 답답할지언정 어떻게든 말하고자 하는 사물 또는 현상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고, 상대는 내 설명을 듣고 그것이 함축된 일본어(단어)를 돌려줍니다. 자칭 일본어 탐구자로서 유레카! 를 외치는 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 가끔은 무례를 각오하고, 스마트폰 메모장을 꺼내서 잊기 전에 적어두었습니다. 


스스로 한국어에 얼마나 정통한가 되돌아보면, 많이 창피합니다. 브런치와 티스토리 블로그에 '맞춤법 검사'가 없었다면 제 글을 완성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말이 좋아서 몇 개월, 때로는 몇 년을 공부한 타국의 사람들. 언젠가 그들과 닿을 수 있다면, 나도 그들이 구사하는 한국어가 우리에 대한 '최고의 존경'이라고 인정해주자고. 틀려도 좋아,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그 순간이 중요한 거야. 하고.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11 : 肉付け(살을 붙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