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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Mar 16. 2022

방구석 일본어 13 : 只今(ただいま)

떠나고, 또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우리 부부는 2011년 연말에 결혼했고, 벌써 11주년을 맞이했어요. 


넉넉하게 시작하지 않았고, 둘만 있을 때는 다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가 있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에게도 찾아왔다면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희생하며 '부모로서의 몫'을 맡아가며 살았을지도 몰라요. 몇 년 전에는 느지막이 첫째 아들과 함께하게 된 분으로부터 '아이를 갖는 행복은, 함께 해봐야 안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거꾸로 보면 아이가 없어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유도 우리만의 가치이니까 많이 아쉽지는 않아요.


그런 우리 부부이지만, 꿈이 하나 있습니다. 둘 중에 누군가가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삶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시기 즈음해서 동물 식구를 맞이하는 거예요. 


올해 초, 아직 날이 많이 쌀쌀하던 계절의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채비를 하고 삼청동에 다녀왔습니다. 한때 화제였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반려견 데뷔조 '제주 탠져린즈'의 팬미팅에 다녀오려고, 주말 아침의 늦잠을 반납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들개 아카이브 계정을 운영하던 구낙현 씨가 어느 날 만난 '시고르자브종' 아이들에게 '반려견 데뷔'라는 예쁜 목표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은 크게 짖지도 않고, 반려견 동반 카페 구석구석을 누비며 온 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었습니다. (구낙현 님의 인스타그램 : @imkeumbae / 트위터 : @jeju_tangerines)


처음 아이들을 만난 것은 트위터 계정이었는데, 아주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모습은 물론 데뷔조 다운 팬서비스로 가득한 피드가 펼쳐지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내와 거실에서 끙끙대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팬미팅에서는 그 시절 아이들답게 쑥쑥 성장한 면면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도 못했지만, 팬미팅을 위해 준비한 2층에서 슬쩍 1층이 궁금해 다가오는 아이들을 제지할 겸, 살짝 등을 쓰다듬었을 때 느껴지던 보드라운 털의 촉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팬미팅에 다녀오고 나서는 '임시보호 가정'을 찾았다거나, 반려견 데뷔에 성공한 아이들의 소식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행복을 빌어줬어요. 그런데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두 친구가 남아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어느 일요일 저녁에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장문의 트윗을 읽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한 아이는 입양 신청조차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하고, 활발한 한 녀석은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파양 당했지만 돌아와 얼마 안 되어서 이내 씩씩한 개구쟁이로 돌아왔다는 안부가 담담히 적혀있었습니다. 말 못 하는 가족은 더 손이 가고 시간을 들여 함께 하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 하나 봅니다. 서로가 안타깝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맞벌이 부부 반려견 입양'을 입력해보고 결과는 뻔하겠지 생각하면서도 몇 개 카페 글을 읽어봤어요. 대개가 부정적이는데 '당신이 강아지 입장이 되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달려있는 댓글에 울컥 화가 올라오다가도 마땅히 되돌려줄 말이 없어서 얼른 눈앞의 화면을 바꿔버렸습니다.


오늘 만화는 우리의 장래희망이 담겼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과 반가운 하이 톤의 인사,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꼬리에서 느껴지는 사랑도 그것일 것이고, 말없이 다가와서 종아리께를 슥- 훑고 가는 몸짓 하나까지. 막연한 희망으로 품고 있기에는 제 바람은 많이 구체화되었고, 사랑받아 마땅한 작은 생명들은 우리가 모두 품에 들이기에 벅차지만,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루어야겠다는 욕심으로 내일을 준비합니다.

   


다녀왔어.
 (只今。/ただいま。)

어서 와, 기다렸어.
(お帰り、待ってたよ。/おかえり、まってた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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