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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Apr 19. 2022

어쩌다 보니 20대 후반

20대 초중반을 돌아보았습니다

목표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끼는 요즘이다. 어제로 완결까지 정주행을 끝낸 <진격의 거인> 주인공인 에렌 예거를 보면서도 되새김질한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을 본인 인생의 최우선 목표로 살아가는 에렌 예거에 비할 거창한 목표는 못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 틈 없이 입시-대학-졸업-취직-입사라는 허들을 넘어온 내 인생은 이제 뭘 위해서 뛰어야 할지 3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에도 아직 고민 중이니까.


작년에는 소개팅엘 나갔는데, 으레 하는 인사말을 나눈 후에는 어떻게 각자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길 하다가 결국에는 한 가지 고민에서 마음이 맞았다.


바로 "취직하고 나니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것.

이게 2-30대 직장인인 우리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ㅠㅠ


여태껏 계속 말해왔듯이 나는 점수 맞춰 대학 가고 전공 살려 취직한 현대 세상의 평범한 톱니바퀴 1... 아니 86899678번째 나사 정도인 사람이다. 상아탑 입성을 목전에 둔 내가 가장 동경하던 학문은 정치외교학이나 국어국문학이었으나, 엄마 말에 의하면 그나마 밥 먹고 살 수 있던 학문은 경제학이었고, 경제학과가 없었던 우리 학교 빼고 다른 학교는 전부 경제학과로 원서를 접수했다. 그렇게 수시에서 우리 학교와 집에서 좀 떨어진 다른 학교 빼고는 전부 떨어진 덕분에 어찌어찌 다른 걸 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내 전공이 된 학문은 막상 부닥쳐보니 너무나도 그 범위가 커다랬다. 심지어는 대학에 막 들어간 후 친해진 어떤 교수님은 내게 졸업 후에 더 좋은 학교의 경제학과로 석사를 가는 걸 권하기도 했다. 교수님까지 그렇게 말하는 마당에, 전국의 모든 대학에 이 학문이 있다면 굳이 우리 학교에서 이 걸 공부해서 얻는 메리트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 이왕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다면, 우리 학교를 나와서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학문을 택하자라는 생각에 옮겨 온 과가 내가 졸업한 항공교통학과였고, 나는 1학년을 마치고 그 전 학과 동기들에게 전과자... 심지어는 배신자 소리까지 들으면서 내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커리큘럼을 되돌아보면, 옮겨온 우리 과는 관제사 또는 운항관리사를 키우는 취업 사관학교에 가까웠다. 워낙 전공자 수가 적은 학문이라 대부분의 강의 교재는 시중에 나온 도서가 아니라 교수님이 스스로 제작한 파일들이었다. 3년간 참 많이도 강의자료를 인쇄했고, 제대로 된 책이 없어 인쇄한 자료를 제본해서 스프링 노트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관제사 자격증은 전문 육성기관에서 배우지 않으면 취득이 어렵다. 자격증의 필기 시험, 실기 시험 전부 독학할 수 있는 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문적인 전공을 선택함으로써 운 좋게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종합대학에서 개설하는 교양과목들을 보면 가끔은 부럽기도 했다. 딱 취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4년을 바쁘게 달린 덕분에 감사하게도 회사님이 주시는 월급봉투를 받으며 적당히 잘 살고 있지만...


딱 취직하고 나니 내 인생 목표가 사라졌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보낸 긴 시간들은 오로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한 준비에 불과했던 걸까? 회사에서 채 소비하지 못한 내 에너지는 이제 어디에 쓰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지금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사회생활이 길어지고,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굳이 누군가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으면 얼굴 볼 일이 없는 서먹한 사이가 되어가다 보니,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무엇을 내 인생의 최우선 핵심가치로 두냐는 아직까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 그게 인간관계 속 사랑이나 우정이 될지, 문명사회 안에서의 권력이나 부가 될지 무수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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