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소진 Dec 05. 2020

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EPTA)을 준비하며

저도 6급 받고 싶어요. T^T

항공분야의 UN인 ICAO에서는 조종사와 관제사의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 두 항공종사자에게 항공영어구술능력 4급 이상을 요구한다. EPTA(English Proficiency Test for Aviation)가 바로 그 시험인데, 영어 등급은 1급부터 6급까지 나뉘고, 4급 이상을 받아야 (국제선)조종사와 (국제공항)관제사로서 일할 수 있다. 4급과 5급은 각각 3년, 6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비영구적인 성적증명이고, 원어민 등급인 6급은 평생 유효하다. 네이티브가 아니고서야 잘 받지 못하는 등급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에 6급이 꽤 있다는 소문을 들어보면 받기에 완전 불가능한 성적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토박이가 느끼기에는 별따기나 다름이 없지만.


어프로치 : “또한 당신과 함께.” 이렇게 관제하면 안됩니다.


영어실력은 관제에선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4급이나 5급을 받은 이상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매번 성적을 갱신해야 한다. 학생 때 받아놓은 4급 만료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올해 시험을 신청하고, 취준생 시절 이후 오랜만에 영어 스피킹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시험의 80%에서는 평소의 관제용어를 활용해서 답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한 2년 전 쯔음인가 시험 주관하는 곳이 변경되면서 문제 유형이 바뀌었다. 리스닝/스피킹 평가가 각각 독립적이었던 지텔프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리스닝과 스피킹이 융합되어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현 시험이 좀 더 현업에 가까운 관제 영어를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느꼈다. 학생들이 준비하기에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 실행파일을 다운받아서 들어보니 성우들의 영어 속도가 빠르지 않고, **ATIS방송도 실제보다는 아주 천천히 말해줘서 받아 적기가 수월했다. 그러니까, 듣기는 전보다 쉬워진 느낌이다.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링크) 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세 개의 트라이얼이 준비되어 있고, 공부자료인 pdf파일도 같이 업로드되어 있다.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컴퓨터로 가상 시험을 쳐본 후 pdf로 답안을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듯.
**ATIS(Automatic Terminal Information Service) : 자동공항정보방송. 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이 해당 공항 기상, 활주로 정보, 기타 사항을 알 수 있도록 한 주파수에서 끊임없이 방송해주는 것. 1시간마다 갱신하며 전화번호로도 들을 수 있다. 인천공항 아티스 번호는 032-743-2676. 학생 때 심심하면 듣곤 했다.



정비를 위해 인천으로 날아온 플라이강원. 꼬리에 그려진 날개가 아주 멋지다.


조종사가 응시하는 시험은 하나의 영역이지만, 관제사는 업무에 따라 비행장 / 접근 / 지역 관제 중 하나의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타워에 있는 내가 선택한 건 비행장 관제. 활주로가 등장하는 공항 관제이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장주 비행에 대해 공부했다. upwind, crosswind, downwind, base, final.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크게 할 줄 아는 말이 별로 없이 ‘Report base’를 당당히 외쳤던 정석비행장에서의 실습 날이 떠오른다. 다시 보니 아주 귀여운 관제를 했었다. 교관님들께 애정 어린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실제로 마이크를 잡았다는 경험은 스스로를 굉장히 큰 사람으로 느껴지게 해 주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했던 겨울은 아래 사진에 남아있다.


관제탑에서 내려다보는 눈 덮인 정석 비행장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듣기는 그냥 듣기이지만, 말하기는 여러 가지 요소를 평가한다. 발음, 속도, 어휘 등 요소에서 가장 낮게 받은 랭크가 본인의 등급이 된다. 발음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표준 관제용어와 프리토킹, 그 사이에서>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올린 글에서, 영어 네이티브들이 관제용어가 아닌 프리토킹을 시작하면 듣기가 잘 안 되면서 say again? 을 반복하게 된다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니면 ‘Hold short of Delta.’와 같이 악센트가 완전히 반대로 주어지는 문장에 대한 고뇌라든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고민의 총량은 같지만 요즘에는 ‘숫자 3을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 하는 데 더 오랜 고민을 낭비하고 있다. 표준 용어로는 [tree]라고 발음해야 하고, 입사 초기에는 그렇게 발음했지만, [tree]라고 발음하면 two와 헷갈려하는 조종사가 매우 많아 발음을 [three]로 바꿨다. 웃긴 건, ‘트[t]’ 발음이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조종사들에게는 [three]가 다시 또 two와 헷갈린다는 것. 왜냐하면 그들은 two를 거의 [thu]라고 발음하니까. 무한 고민의 시작이다. 그래서 3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무인가 3인가. 누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


일단 시험을 볼 때에는 규정된 발음을 쓰는 것이 좋단다. 평소에 ***tree나 niner, fife라는 변형된 항공 발음 사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지라 시험장에 가서도 그냥 마음대로 발음해 버릴 것 같은데. 이상한 데 신경 쓰지 말고 문장 구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늘 발목을 잡는 건 프리토킹이었으니까! ****EPTA 6급 땄다XD 와같은 꿈같은 제목으로 다음 글을 올릴 수 있길 바라며.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러 가야 한다.

***tree, niner, fife : ICAO Phonetic Code에 따른 숫자 3, 9, 5의 정확한 발음. niner 빼고는 거의 대부분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 EPTA 6급시험은 EPTA 5급을 보유해야 볼 수 있다. 와. 왜이렇게 까다로워진거지?
소진 소속 항공교통관제사
구독자 212
매거진의 이전글 관제탑에서 내려다보는 공항은 지금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