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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Mar 08. 2021

보잉 vs 에어버스! 항공기 기종 구분하기

그리고 바보 같은 실수까지

항공분야에 종사하거나, 종사했거나, 종사할 사람들은 '항덕'이라는 단어와 친숙해 보인다. 일본어 '오타쿠'에서 온 단어 '오덕후'가 항공에 빠지면 그 덕후를 바로 '항덕'이라고 부르곤 한다. 특히 비행기라는 신기하고 엄청난 하늘을 나는 고철덩어리에 푹 빠지게 되면, 당연하게도 그 비행기의 기종을 구분하고 싶어지는데, 항공기 양대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각각 만든 항공기가 모양이 다르고 기종이 최신이냐 구형이냐에 따라서 생김새도 차이가 참 크다. 나는 살기 위해(...) 항공기 기종 외형의 차이를 공부했는데 확실히 사는데(...) 도움은 된다. 그리고 저 비행기는 어떤 기종, 저 비행기는 어떤 기종! 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면서 걷다 보면 공항 산책이 즐겁다는 순기능이 있기도 하다.


21세기 항공기 제작사의 투 톱은 굳이 항덕이 아니어도 들어봤을 법한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다. 두 회사는 태생이 다른 것처럼 외형에도 차이가 있는데, 인천공항에서는 이 두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비행기는 구경하기 쉽지 않아서 두 회사의 항공기 기종만 잘 알고 있으면 된다.


에티하드항공의 용 모양 도장. 이 비행기가 B787 기종이다.


보잉은 무려 100년도 더 전인 1916년 윌리엄 보잉에 의해 설립된 항공기 제작사로 요즘 핫하디 핫한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엄청난 회사다. 그 이름도 유명한 테슬라의 아버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와 민간 우주선과 로켓 개발로 경쟁 중이며 돈을 가장 많이 벌어다 주는 주 사업파트인 항공기 분야에서는 에어버스와 경쟁하고 있다. 요즘엔 안전성 문제가 자꾸 불거지기도 하지만. 보잉 7*7 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B707에서 시작해 지금의 B787 드림라이너까지 많은 보잉 7*7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 737, 747, 777, 787을 운항 중이며 아시아나항공은 보잉 747, 767, 777을 굴리고 있다. 곧 두 기단이 합쳐지니 나누는 게 의미 없어지지만, 보통 대한항공은 보잉 기체를 많이 들여왔고 아시아나는 에어버스에 주력해왔다는 차이가 있어 대한항공이 최신 보잉기종을 보유 중이다.


나는 380도 안 타봤는데.. 부럽다..


에어버스는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로, 대표적으로는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이 속해 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외여행을 간다고 속인 후 A390이라는 최첨단 패러디 버스에 출연진들을 태워버렸던 것처럼 A380은 사람들에게 그 크기와 위상으로 가장 유명한 항공기 기종이 아닌가 싶다. 구글에도 당장 에어버스라고 검색하면 에어버스 380이라는 검색 결과가 바로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뚱뚱한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이륙하는 A380이라는 어마어마한 2층짜리 기체에서 A가 뜻하는 것이 바로 Airbus다. 에어버스 3*0 시리즈로 유명한데 300, 310, 320, 330, 340, 350, 380이 그 가족이다.


비행장 관제사는 기체 외부를 보고 기종을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Ground(지상관제사)나 Apron(계류장관제사)는 어떤 비행기에게 저쪽에 가는 다른 비행기에게 진로를 양보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보통은 기종도 같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측에 보이는 보잉737에게 진로를 양보하라는 뜻의 관제용어인 ‘Give way to the traffic B737 on your right.’ 이라든지. 원래 항공사 이름을 사용해서 알려주기도 하지만 인천공항에 온 외항사들은 한국의 국적사들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기종으로 많이 설명한다.


그래서 기초훈련 때 기체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다. 비행기라곤 항공역학 때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만 배웠지 외면이 그렇게 천차만별로 생겼다는 건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비교해가며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크게는 B7*7과 A3*0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엄청나게 다양한 기종들이 있어서 세부 기종을 구분하는 법도 찾아보곤 했다. 아직 세부 기종 구분은 좀 어렵지만.




보잉vs에어버스



from wikihow

보잉과 에어버스, 두 회사의 기체는 항공기의 머리 모양으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크기가 비슷한 C급 항공기인 B737과 A320은 앞유리창과 머리의 코 부분에서 생김새의 차이가 있다. 보잉은 조종석 유리창 아랫부분이 사선으로 생겼고 에어버스는 아랫부분이 일자 모양이다. 쉽게 생각해보자면, 에어버스의 가장 끝부분 유리창은 전체적인 모양이 대문자 A인 느낌이다. 앞 코는 보잉이 조금 더 새 부리처럼 뾰족하다. 엔진 위치나 엔진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비행기 머리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B737vsA320



대한항공 B737, HL7569. 작년 11월 미국으로의 비행이 마지막이었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아시아나의 A320, HL7737. 인천공항에 장기주기중이다.


총 기체 길이가 40m가량 되는 두 항공기는 인천공항에서는 작은 축에 속하는 C급 비행기로, 내려다보면 확실히 E급과 그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두 항공기는 보잉과 에어버스를 구분하는 방법처럼 조종석 창문 유리창 생김새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쉽고, 수직 꼬리날개의 굴절 각도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국적사의 보유 기종을 알고 있다면 빠르게 구별할 수 있다. 대한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이스타항공은 B737만 가지고 있고 아시아나, 에어서울, 에어부산은 A320만 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제를 하다가 실수한 경험이 있는데.. 굳이 꺼내보자면,


어떤 외국 국적 항공사에게 앞에 지나가는 비행기(B737)에게 진로를 양보하라는 지시를 줬는데, 그 비행기는 에어부산 비행기였다. 나름대로 외항사가 에어부산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기종으로 지시가 나갔는데 (Give way to left side B737) 리드백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기종을 얼버무렸다는 느낌? 당시에는 뭐가 잘못된 지 모르고 그냥 넘어갔는데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곱씹어보니 아참, 에어부산은 B737은 없고 A320만 굴린다는 게 떠올랐다. 크기가 작은 비행기라서 B737이라고 습관적으로 관제 지시가 나갔는데 비행기가 두 대 뿐이었어서 그냥 좋게 넘어갔지, 만약 교통이 여러 대 있었다면 본의 아니게 헷갈림을 유발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간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B777 vs A330



대한항공의 B777-300ER, HL7782. 바쁘게 움직이는 현역이다. 최근 문제가 생긴 엔진과는 다른 엔진을 달고 있다.
아시아나의 A330, HL7747. 다행히 아직 칭다오나 타이페이 등을 왔다갔다 한다.


E급 중대형 항공기로 주로 장거리 노선에 사용되는 두 기종은 인천공항에서 가장 쉽게, 많이 볼 수 있는 비행기다. 요즘엔 최신형 기체인 B789나 A359도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공항의 터줏대감은 777과 330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두 비행기는 앞서 말했던 방법보다 더 특이하게 드러나는 생김새로 구별할 수가 있다. B777은 APU가 위치한 항공기 꼬리 가장 끝부분이 납작하게(flat) 생겼다. 두 손가락으로 양옆에서 꽉 눌러놓은 것 같은 생김새랄까? 그리고 랜딩기어가 3*2로 달려있어 보통 2*2 배열인 다른 항공기와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A330은 항공기의 수평 꼬리날개가 붙은 동체 부분이 회색의 타원 모양으로 칠해져 있다. 두 기종은 굉장히 구별하기 좋은 특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기 쉽기도 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두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서 항공사로 기종을 판단하는 건 어렵다.


특히 B777은 겉모습만으로 772, 773, 773-ER 등 세부 기종을 구분할 수도 있는데 이건 도어의 위치도 봐야 하고 날개 끝의 윙팁 모양도 자세히 봐야 한다. 그리고 B777은 날개 끝부분에 위로 톡 올라온 윙렛이 없지만 A330은 윙렛을 달고 있다.



B787 vs A359



대한항공 B787. 뒷 배경이 익숙한 게 인천공항인 것 같다.
아시아나 A350.  갈매기모양 창문과 말려올라간 윙렛


보잉의 최신 기종인 B787은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최신 기종인 A350은 아시아나가 도입했다. 대한항공은 2년 전 파리 에어쇼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787 10대에 더해서 통 크게 787 30대를 더 주문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B787 40대를 운용하는 건 이제 어렵지 않을까 싶다. B787은 꼬리 부분 APU의 모양과 엔진 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APU는 약간 쓰다 만 것 같은 회색 연필 심을 닮았고, 엔진 뒤쪽의 모양이 핑킹가위로 잘라놓은 것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겼다. 주간에도 충돌방지등과 항행등이 아주 밝게 보여서 멀리서봐도 B787이 오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A350은 조종석 유리창을 전면에서 볼 때 비행기가 멋진 갈매기 모양 선글라스를 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유선형으로 까맣게 빠진 유리창이 뭔가 멋지다. 또, 날개의 윙렛이 각지게 꺾인 것이 아니라 또 유선형으로 부드럽게 말려 올라간다는 특징이 있다. APU는 787보다 조금 더 많이 쓴 것 같은 연필심처럼 생겼다.




한창 세부 기종을 공부할 때에는 A330-200 A330-300 사진을 찾아보며 차이점을 발굴하기도 했는데 사실 항공사에서 맞춤형 주문 기체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에는 332 333처럼 나오거나 333 332처럼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세부 기종까지 자세히 공부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리고 특히 이런 종류의 세부 기종은 외형에서  차이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있는  비행기의 껍데기일 뿐이라, 공학을 공부해서 내부까지 자세히 알아볼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380-B747 이외 기타 기종을 소개하는 2​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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