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노프, ATR까지!
경험우선주의인 성격 덕에 돌이켜보면 참 바쁘게도 대학생활을 한 것 같다. 최고로 사랑해 마지않았던 대학 방송국원으로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각종 멘토링, 기자단, 서포터즈, 봉사활동, 현장실습, 아르바이트까지.
견문을 넓히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데에는 대외활동만큼 좋은 게 없었지만, 특성화 학교답게 교내에서도 재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매년 각각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지원해주는 행사를 열었다. 그 이름도 거창한 - '보잉 데이' 그리고 '에어버스 101'. 최고의 항공기 제작사인 이 회사들은 우리 학교 안에서도 행사 개최를 두고 경쟁을 했다. 보잉 데이가 훨씬 먼저 있었고, 뒤따라 생긴 에어버스 101은 나와 1기 스태프들이 2017년에 그 시작을 준비했다. 에어버스에 애정이 생길만한데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종은 얄쌍하고 예쁜 몸의 보잉 B767(죽지 마ㅠㅠ), 그리고 하늘의 여왕인 보잉 B747이 되었다.
익명의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기종이 생기길 바라면서, 1편에서 채 다 만나지 못한 항공기 기종별 특징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해봤다.
- 소개 : 높은 관제탑에서 봐도 에어버스의 A380은 정말 크다. 항공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런 수요에 발맞추어 에어버스가 출시한 아주 큰 여객 수송용 비행기가 이 A380이다. 승객을 가장 많이 태울 수 있는 친구답게, 2007년 첫 비행을 시작으로 벌써 이 기종은 3억 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 구분법 : A380은 멀리서 봐도 위아래로 부푼 것 같은 크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렵지 않은 기종이다. 큰 몸집을 지탱하기 위해 엔진을 네 개 달고 다닌다는 특징이 있다. 동체가 2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을 보면 창문이 위아래로 두 줄이 나뉘어 있다. 또, 날개 끝 부분이 위아래로 갈라져 있는 모습이다.
- 교신을 할 때 이 380을 'super'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가끔씩 출몰하는 이 슈퍼급 항공기 때문에 인천공항은 길이가 4,000m나 되는 제3활주로를 보유하게 되었다.
- 소개 : 고운 자태를 뽐내는 이 항공기가 바로 보잉의 B747 기종이다. 여객용으로도, 화물용으로도 바쁘게 전 세계 공항을 누빈다. B747은 팬암이 1970년 처음 도입한 이후로 무려 40년이 넘도록 하늘을 주름잡는 여왕으로 살아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무려 약 300편이 넘는 영화에도 출연한 유명인사다. '비행기'를 떠올렸을 때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이 기종이라고 할 수 있다.
- 구분법 : 크기는 A380과 비슷하다. 위아래로도 크고 앞뒤로도 긴 모습이다. 다만, 동체 앞부분만이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동체 전체가 2층으로 구성된 A380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날개의 가장 끝인 윙팁 부분이 A380은 위아래로 갈라져있는데, B747은 위쪽으로만 뿅 하고 솟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A380보다 B748이 지상에서 내뿜는 후류 범위가 더 길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뜨거운 열기 때문에 B748을 기준으로 엔진 후방 250m 가까이에는 사람, 차량, 작업장비 등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된다.
- 소개 : B757은 도널드 트럼프의 전용기로 유명한 기종으로 2005년에 이미 단종되었다. 만드는 게 중지되었을 뿐이지 전량 퇴역한 것은 아니라서 아주 가끔 인천공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미 아주 노후화된 기종이 대부분이라서 A320neo나 B737max가 B757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모습이다. B767은 우리나라에서 아시아나항공만이 여객용으로 두 대, 화물용으로 한 대를 굴리는 흔치 않은 기체다. 항공정비사까지 총 세 명이 탑승하던 항공기 기존의 틀을 깨고 2인용 조종 시스템으로 개발된 최초의 보잉 광동체다.
- 구분법 : B777보다는 작고 B737보다는 크다(!). 적당히 길고 적당히 날씬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멀리서 보면 진짜 그렇다. 쟤는 뭔가 크기가 좀 애매한데..? 싶으면 영락없이 767이다. 사진을 두고 같이 비교하니 B767이 B757보다 배면이 볼록하다. 항공기 앞머리는 767이 삼각형 모양인데, 757은 뭉툭한 모습이 있다.
- 상징적인 비행기의 모습은 B747이라고들 하던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항공기의 모습은 B767이라서 나는 이 기종을 좋아한다. 인천에서는 화물계류장에서 아시아나항공과 UPS화물항공의 B767이 자주 출몰한다. 아시아나는 화물용 B767이 한 대 뿐인데도 관제를 하다 보면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사소한 바람이지만 평생! 퇴역하지 말고 남아주면 좋겠다.
- 소개 : AN124는 비행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기종이다. 안토노프라는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든 수송기로, 나름 슈퍼급이라고 하는 A380과 B748보다 더 큰 비행기가 이 기종이다. 주로 NATO의 헬리콥터 등 군사 장비를 수송하는 데 쓰이며, 민간에서는 A380의 부품을 나르기도 한다. 별명은 루슬란. 왠지 병사를 이끌고 당당히 전장을 누빌 것만 같은 이름이다. AN225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거운 운송용 화물기다.
- 구분법 : 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일단 사이즈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두 날개가 동체의 아주 윗부분에 달려있다. 보잉 B777이 랜딩기어가 세 쌍둥이라면 이 기종은 그 엄청난 무게를 받칠 수 있도록 놀랍게도 다섯 쌍둥이 랜딩기어를 가지고 있다.
- 최근에는 뭘 그렇게 옮길 게 많은지 인천공항의 F급 원격 주기장 하나를 아주 맡아놓고 쓴다. CCTV로 지켜보면 항공기가 아니고 무슨 호텔이 하나 서있는 거 마냥 아주 웅장하다. 주로 볼가-드네프르항공 소속의 AN124가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볼가-드네프르항공 홈페이지에서 VR로 구경할 수 있다. >링크< 뒤쪽에 아시아나 여왕님이 계신다.
- 소개 : 쌍발엔진의 프로펠러 항공기다. 대부분의 여객기가 제트엔진인데 반해 이 항공기는 프로펠러를 사용해서 비행한다. 72라는 숫자는 72-78개의 좌석을 넣을 수 있다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주로 단거리 여객 운송에 쓰이지만 FedEx에서는 화물용으로 써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딱 세 대 있는 기종으로, 하이에어라는 소형운송항공사가 국내선에 투입하고 있다. 김포에서 사천, 울산, 제주, 무안으로 갈 때 타볼 수 있다.
- 구분법 :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는 건 대부분 하이에어 소속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파랑이거나(1호), 분홍이거나(2호), 연두색(3호)이면 이 기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을 보니 꼬리날개 가장 위쪽에 수평판이 있다. 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프로펠러가 엔진 앞쪽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하, 여기도 날개가 동체 윗부분에 달렸다. 창문으로 내다보면 날개가 시야 위쪽으로 보일 것 같다.
- 국내선만 뛰기 때문에 인천에서는 자주 볼 수 없다. 내가 공항에 있는 동안에 연두색 3호기가 와주면 발 벗고 나가서 구경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냥 예매해서 타보는 게 빠를 것 같다. 72석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하이에어는 기내를 50석으로 구성해두었기 때문에 아주 쾌적한 좌석 간격을 맛볼 수 있다.
자, 이제 1편을 참고해서 제일 좋아하는 기종을 골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