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관제사가 알려드립니다. 정확히!
진짜 비밀인데, 나한테는 신경 안 쓰는 척 브런치 어플의 '통계'를 열어보는 취미가 있다.
전혀 조회수를 신경 안 쓸 것 같아도 검색해서 오는지, sns 링크를 타고 오는지, 브런치에서 직접 오는지 다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하루 조회수가 쫌쫌따리 나오는 나 같은 작가라면, 사람들이 대체 무슨 검색어를 타고 내 브런치까지 와서 글을 구경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좀 되긴 했지만 기억 속에, 딱히 별 일 없이 평범했던 날에 '관제사 되는 방법'이라는 키워드로 내 브런치까지 찾아온 익명의 손님이 있었다. 워낙 수가 적은 직업인데다가 전문적인 일을 하다 보니까 꿈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을 찾아내기가 좀 어렵긴 하다. '관제사 학원'같은 건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준비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 관제사 채용과 양 공항공사의 관제사 채용은 반드시 지원자격으로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 보유'를 내건다. 그러니까, 일터에 들어가서 관제사 자격을 따는 게 아니라 들어가기 전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뽑아주기라도 한다는 얘기다.
근데 이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조건이 좀 까다로운지라, 어떻게 하든 항공교통관제 양성 전문교육기관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석으로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한국항공대학교 또는 한서대학교에서 '항공교통학'을 전공하고, 항공교통관제교육원을 수료한다.
- 가장 무난하게 관제사가 될 수 있는 길로, 실제 관제사 집단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방법이다.
2. 공군사령부에서 관제 특기를 받고 항공교통관제사전문교육원을 수료한다.
- 군 관제사로서 관제 실무를 하다 보면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한다.
3. 한국공항공사에서 비정기적으로 모집하는 항공기술훈련원에 선발되고 교육과정을 수료한다.
- 항공대나 한서대에 입학해서 항공교통을 전공하지 못한 경우, 차선책이 된다.
관제교육원이 없는 대학교에서도 관제사 자격증을 땄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다른 학교에서도 길이 있긴 한 것 같다. 또 미국에 가서 미연방항공청(FAA)의 관제사 자격을 따서 국내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까 관제사라는 직업을 갖기로 정했다면, 늦어도 고등학생부터는 항공대 또는 한서대로의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1년에 공무원과 공기업 모두 합쳐 많아야 2-30명 정도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 인원이 아주 적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애초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 숫자가 얼마 안 된다. 내 자격증 번호가 2000번대인데, 그 말인즉슨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이 생기고 몇십 년간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3000명이 채 안 된단 얘기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관제사라는 직업은 학생들이 준비하기에 블루오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나면 공무원 관제사 채용시험에 응시하거나, 양 공항공사 관제직 채용에 응시해서 관제사로서 일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관제사는 아주 소수의 사기업 소속 관제사를 제외하면 전부 공무원이거나 공기업이거나 군인으로서 나랏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봉면에서 큰 기대를 하는 건 곤란하다. 미국 관제사 평균 연봉이라고 알려진 1억 이상의 연봉도... 내 것이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명감과 자랑을 딛고 본인의 일에 매진하는 모습들은 같은 관제사로서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는 대학에 가서야 관제사를 지망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비스무리한 꿈을 갖고 찾아보는 학생들이 있는 걸 보면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니 은퇴하고 관제사 학원을 차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