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여준 삶의 거울

by 설온새벽

돈을 관리하기 위한 첫 실천으로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단순히 수치를 적어놓는 것 이상의 '지출의 의미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단순히 돈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만 기록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지출이 내 삶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한 달 식비가 많이 나왔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엔 “내가 왜 이렇게 많이 쓰지?” 하고 자책했지만,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보니 답이 나왔다. 친구와 부산 여행에서 함께한 식사나 패들보드 액티비티, 오디오바에서 음악에 몰입하며 보낸 시간 같은 건 내 삶에 오래 남는 만족감을 주었기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반대로, 피곤해서 무심코 시킨 배달 음식이나 충동적으로 산 옷은 점수가 낮았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를 바라보니, 단순히 ‘돈을 아꼈다/썼다’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의 순간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내가 시작한 작은 실천 중 하나는 ‘예비비’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예산표대로만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체끼가 심해져 내과를 급히 찾아야 했을 때, 또 치통으로 치과 치료를 받아야 했을 때, 그동안 따로 모아둔 예비비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전 같았으면 카드값이 몰려 나가며 스트레스가 컸을 텐데, 작은 돈이라도 따로 모아둔 예비비가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쿠션 역할을 한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여기에 더해 나는 지출을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으로 나누어 관리했다. 회사에서 자금팀 업무를 하며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을 항상 구분했는데, 정작 내 삶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 월세와 관리비, 헬스 PT 같은 고정비는 따로 분류하고, 외식·쇼핑·여행 같은 가변비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나눠놓으니, 한 달 지출이 예상보다 커졌을 때도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특히 폴댄스나 요가 같은 자기계발 활동은 가변비에 속했지만, 내 삶에 주는 에너지가 크다고 판단해 꼭 유지할 항목으로 정리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모여 돈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돈을 단순히 관리해야 하는 수치가 아니라, 나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끼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가계부를 쓰고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절약하려는 게 아니라, 돈을 통해 더 의미 있는 순간을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돈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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