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밀어붙이는 사람

by 설온새벽

PT를 제대로 신청해 본 건 1년 전쯤이다. 그 전에도 체험 수업은 몇 번 받아봤지만, 꽤 큰 돈을 들여 꾸준히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다. 운동은 늘 ‘해야 하는 것’이었지, 내가 선택해서 몰입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여성전용 헬스장에 새로 등록한 뒤 체험 수업을 해준 첫 번째 선생님은 나와 결이 잘 맞았다. 부담스럽지 않았고, 친절했고, 그래서 나는 25회 PT를 등록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이어가다 보니 힘들었고, 엄살을 부리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PT를 꽤 받았음에도 내가 정말로 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선생님이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은 늘 그렇듯 당황스러웠다. 대신 좋은 선생님으로 수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이 지금의 PT 선생님이다.



이 분은 트레이너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팀장이었다. 첫 수업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힘들다고 말해도, 엄살을 부려도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회당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운동을 하는 만큼 회원은 확실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밀어붙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운동을 알려주었고 동작 하나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단호했고, 때로는 해병대 조교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단호함에 반발하기보다 어느 순간 적응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는지, 작은 변화에도 얼마나 기쁘게 반응하는지가 말이 아니라 태도로 느껴졌다.



본인이 하는 일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가 전해지자 나도 자연스럽게 더 진심으로 운동하게 됐다. 운동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좋은 PT 선생님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PT를 신청했던 선생님이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 나오지 않더니, 알고 보니 교도소에 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이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위에 놓여 있다.



나는 내 돈을 내고 PT를 받고 있지만 이 선생님을 만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어느새 1년이 지났고,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몇 년을 더 같이 운동해도 괜찮겠다고.



아마 이 사람은 운동을 가르치는 일을 넘어서, 사람이 자기 몸을 다시 믿게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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