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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Dec 12. 2023

커피 애호가들의 천국, 치앙마이

내가 치앙마이의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


우리 부부는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추출 방식, 원두, 머신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맛도 좋고 커피를 함께 마시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시간도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커피를 마시면 카페 주인장 특유의 취향까지도 느낄 수 있는 게 재미있다. 거기다 커피에 어울리는 디저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러니 어찌 커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원래도 커피를 좋아했던 서로가 만나 시너지를 내며 발전한 우리는 새로운 도시에 가면 카페부터 찾곤 했다. 카페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도시의 분위기를 찾는 재미도 있었고, 늘 더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한 챌린지의 느낌도 있었다.



아쉽게도 결혼 후 이사한 곳은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선 곳으로 살기에는 매우 편리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이고 주인장의 취향이 느껴지는 카페들은 20분 정도 걸어나가야 했다. 넓은 찻길을 건너 20분을 걸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민거리가 될 때가 많았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혹은 매미들이 너무 많이 죽어 있어서, 사람이 많을 시간이라서 혹은 갔다오면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해서 등.




모카포트와 프렌치프레스



결국 우리는 집에서 하나 둘씩 커피를 만드는 장비를 구비하기 시작했다. 이미 가지고 있던 모카포트와 드립용 도구들은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했고, 각자의 본가에서 쓰지 않는 커피 머신과 프렌치프레스도 가져왔다. 친구집에서 먹은 일리 커피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추가로 일리 커피 머신까지 구비하니, 이제는 에스프레소 추출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커피를 해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새로운 살림들을 들이며 우리는 한동안 신나서 커피를 해먹었다. 이 원두 저 원두 사다가 맛보기도 하고, 물을 적게 넣었다가 많이 넣었다가 하며 테스트도 해보고, 크림이나 연유를 사다가 기분에 따라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런 우리도 때때로 커피를 해먹는 게 귀찮아질 때가 있어 카페들을 찾아나서면, 이제는 꽤 비싼 곳이 아니면 실망하기 일쑤였다. 비싼 곳들은 비싸서 아쉬웠고 저렴하면 우리집에서 해먹는 커피맛이 생각이 났다.





이런 우리가 치앙마이에 가장 기대했던 건
단연 커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난치병이 있어서 장기 여행을 두려워했던 신랑을 꼬신 방법 중 하나도 커피였다. 4년 전, 치앙마이에서 마셨던 커피들을 잊을 수가 없던 나는 매일 노래를 불렀다. 무턱대고 사오긴 했지만 실패할까 두려워 오랜 기간 꺼내지 못했던 원두를 꺼낸 것도 신랑의 자취방에서였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자였던 신랑(당시 남자친구)을 믿고 사무실에서 그라인더까지 빌려왔고, 가장 애정했던 아카아마의 더티커피 맛을 재현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때 버려진 크림만 해도 대체 몇 잔이 버려진 건지, 다시 생각해도 그건 정말 낭비였다. 단 한 번도 비슷한 맛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니까. 



어느 정도 추억 보정이 들어간 이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원두의 배합 비율을 모른다는 테크닉적인 문제가 있었다. 당시 카페 직원분께 어떤 원두를 쓰는지 물어보고 사오기는 했으나, 그곳에서 직접 볶은 원두만 2-3 종류를 블렌딩해서 사용한다고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배합 비율을 알 수 없다면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노력은 치앙마이에 가서 맛보자는 희망으로 갈음되었다.



노력한 흔적들



어쨌든 나의 꼬임에 넘어온 신랑은 치앙마이에 오기 전부터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났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던데, 신랑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감탄했다. 가격은 4년 전보다 비싸진 게 아쉽긴 했지만. 맛이 워낙 훌륭하니 가격에 대한 아쉬움은 며칠만에 쏙 들어갔고, 그 자리를 감탄이 차지했다.



아니, 왜 여기서 먹는 커피는 어딜 가도 다 맛있는 거지?



요즘의 내가 가장 자주 듣고 있는 신랑의 말이다. 집 앞 카페에서 먹어도 맛있고, 유명한 카페에서 먹어도 맛있고, 근교의 마트 옆에 붙은 조그마한 카페에서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길가의 컨테이너식 카페에서도 유기농 원두를 사용하고, 우유 거품까지도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식혀 만들어주는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비단 커피뿐만이 아니라 음료에 특히나 진심인 치앙마이 사람들. 타이티 하나를 주문해도 찻잎을 기계로 추출해서 진하게 먹을 수 있고, 과일 주스나 음료는 정말 걸어가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음료의 중요성이 클 것 같기는 하지만, 역시나 마실 것을 좋아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점이랄까.










치앙마이에 와서 열심히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던 것도 잠시. 우리는 최근 약 2주간 심한 감기를 앓았다. 내가 먼저 걸리고 신랑이 걸려서 도합 2주 간의 일상이 멈추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때의 우리가 가장 아쉬워했던 것도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감기가 심하게 오면서 장염 증상까지 왔다보니 다른 어떤 것보다 커피는 정말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지 못했던 약 2주 동안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왜 이리도 치앙마이의 커피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프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는데 나는 커피 생각을 했다. 침대에 누워서 정리해 본 우리가 치앙마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를 살짝 적어본다.






❤️치앙마이 커피는 이게 좋다

1. 커피 원산지의 위엄

2.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가 흔함

3. 다양한 열대 과일과의 콜라보

4. 한국대비 확실하게 저렴한 가격

5. 마트에서 현지 카페 원두를 판매함

(아주 작은 카페부터 큰 카페 원두까지, 커피 선택지가 넓다)

6. 얼음이 녹아도 변화를 음미하며 마실 수 있는 맛좋은 커피



사실 더 쓰려면 한없이 쓸 수도 있겠으나 한 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다. 그냥 맛있다. 정말 맛있다. 너무 맛있다...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치앙마이에 오셨을 때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한다. 물론 커피나 마실 것을 즐겨하지 않는 분이라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커피를 비롯한 온갖 마실 거리를 사랑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완벽한 치앙마이다.










여전히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또 행복해한다. 똑같이 커피를 좋아해도 즐기는 방식은 사뭇 다른 편인데. 커피의 맛과 잘 가꿔진 공간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한 나와 달리, 신랑은 커피가 맛있는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ㅋㅋㅋ) 역사와 문화까지 공부하는 편이다.



원래는 마약을 재배했던 곳인데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전 국왕과 왕비가 노력했고, 심지어 왕비가 오랜 기간 직접 머물면서 척결에 힘쓴 결과 훌륭한 커피 산지가 되었다고. 이외에도 이전 국왕과 왕비가 국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태국민들의 거주 환경이 좋아졌기에 아직까지도 그분들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신랑이 옆에서 말해줬기에 듣다보니 재미있었고 어쩌다보니 기억했지만. 내가 직접 찾아보라고 하면 절대로 안 봤을 이야기이긴 하다. 그래도 역사를 알고 먹으니 왠지 더 맛있는 기분이 드는 느낌이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치앙마이에 오신다면 함께 있는 이에게 한 마디 해주시면 좋겠다. 어쩌면 더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초반에는 감탄으로 들렸던 신랑의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가 이제는 아쉬움으로 들리는 걸 보면 우리의 치앙마이 살이도 얼마 안 남은 게 느껴진다. 남은 시간도 커피 애호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예정. 더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열심히 커피를 즐겨볼 거다. 이곳을 떠나면 또 한참을 누리지 못할 생활일테니 :)






✨본 브런치북은 신랑과 함께 하는 치앙마이 살이를 담고 있습니다. 발행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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